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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대학은 진짜 공부가 시작되는 곳

최수정(전주기전대학 방송국장)

요즘은 이런 논쟁을 별로 볼 수 없지만, 언론에서 가끔 대학은 지식을 파는 곳인가 인격을 파는 곳인가 하는 논쟁이 한 때 있었다. 내 생각으로는 대학은 지식이나 인격이 아니라 졸업장을 파는 곳이다.

 

지식은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책이나 인터넷 등을 통하여 거의 공짜로 얻을 수 있다. 인격도 아버지나 존경하는 분을 통하여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학 졸업장은 대학에 가야만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책을 사는 돈은 아까워 하지만 졸업장은 비싼 돈을 내고도 즐겁게 사고 싶어한다.

 

고등학교가 무엇을 하는 곳인가 하는 것은 이미 별로 논란이 필요없는 것 같다. 아직도 전인교육 등 고상한 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고등학교는 대학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거의 이견이 없을 것이다. 교장도 교사도 학원도 부모들도 학생들을 유명대학에 보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정부도 대학 보내기 열풍에 한 몫 하느라고 욕이란 욕은 다 먹어가며 쩔쩔 매고 있다.

 

그런데 이 혈전에서 다소 뒷짐을 지고 있는 곳은 막상 그 혈전의 대상인 대학이다. 물론 수시 모집 등 다소의 간여는 하지만 고등학교와 학원, 사교육 선생이 학생을 공부시켜서 대학에 보내 주면 무사히 거의 전원 졸업시켜 주는 것이 대학이 하는 일 같다.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느라고 수고 했으니 이제 고생은 끝났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대학도 열심히 하기는 하는 것 같다. 신문을 보니 서울 모대에서 신입생이 미적분을 몰라서 수업을 할 수 없어서 특별 과외를 한다고 하였다. 얼마나 고맙고 인정이 많은가. 다른 나라의 경우 대부분 이런 경우에 F 학점을 주고 학생을 잘라 버리는데 우리는 우리 학생이라고 내 새끼라고 부둥켜안고 어떻게 하던 졸업을 시켜 줄려고 애쓰는 것 같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아무런 기초를 닦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을 들어가진 않는다. 또한 지금도 밤을 패며 공부하는 학생 하루하루를 정말 치열하게 살아가는 학생들도 수없이 많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지식을 별로 쓸모가 없고, 대학에서 배운 것은 전공을 살린 직업이라면 당연히, 아니여도 그런대로 유용하게 쓰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범에서 소위 '리컬 마인드'가 행정을 할 때 유용하게 쓰이고 경제학의 기본 개념도 대학에서 닦아주는 것이 그 예이다. 대학에서 진짜 공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점을 보면 한국에서처럼 고등학교에서의 학업의 결과로 전 인생을 재단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제대로 시합도 하지 않고 경기 끝을 외치는 것 같다.

 

/ 최수정(전주기전대학 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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