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훈련 통해 요리사 양성 일자리 제공…식당서 번 돈 재투자…지속 가능한 모델 창출
영국 런던의 북동부 쇼어디치(Shoreditch)지역은 낙후된 곳이다. 도심 외곽에 자리한 곳들이 그러하듯 다양한 인종이 모여살고, 일자리도 적다. 이 지역에도 지역공동체 회복과 도시재생을 위해 쇼어디치 개발신탁(Development Trust)이 결성됐다. 이 기구가 주력하는 사업이 이채롭다. 바로 식당운영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지원이다.
▲ 지역공동체 재생운동 주도
쇼어디치개발신탁 사무실이 자리한 건물 입구에 '워터하우스(Water House)'라는 간판이 달려있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니 작은 광장 겸 놀이터가 있고, 안쪽으로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다.
워터하우스는 쇼어디치개발신탁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원래는 5년전 쇼어디치 지역이 아닌 런던 킹스크로스역 주변에 '에이콘하우스(Acorn House, 지난 7월 폐쇄)'를 먼저 열었다.
에이콘하우스와 워터하우스는 쇼어디치개발신탁의 한 사업방식이다. 식당 운영을 통해 지역 농산물을 팔아주고, 지역 청년들을 조리사로 키워낸다. 지역주민들을 식당에 고용하고, 수익은 쇼어디치지역 공동체를 위한 사업에 재투자된다. 식당 운영 하나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식당을 중심으로 공동체운동과 환경운동도 벌이며, 문화사업에도 투자한다.
쇼어디치개발신탁은 에이콘하우스와 워터하우스 운영을 통해 친환경 요리사를 육성한다. 지역 주민들이나 청년들에 요리사 훈련 기회를 제공한다. 이 교육훈련에 참여하는 이들은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다. 실제 요리사 양성 교육에는 범죄자 출신 등 사회적 자립이 필요한 이들이 참가하고 있다.
요리사 양성과정을 마친 이들은 워터하우스에서 일하기도 하고, 다른 레스토랑에 취직하기도 한다. 특히 쇼어디치 개발신탁이 운영하는 요리사 양성과정은 친환경요리사로 차별화되고 있다.
워터하우스에서 선보이는 음식은 모두 친환경요리다. 재료는 런던 외곽의 M5농장에서 가져오는데, 농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 주민들이 재배한 것을 사용한다. 직거래와 친환경을 중심으로 한 요리는 여느 레스토랑보다 신선하고 품질이 좋다.
식당 수익금은 전액 쇼어디치 지역 발전에 사용된다. 워터하우스 쉐프 밥 그립스(BOB GRIFFITHS)는 "워터하우스나 에이콘하우스는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사회적기업 성격이 강하다"며 "수익금도 전액 지역 공동체에 재투자된다"고 말했다.
▲ 지속가능한 식당 모델
쇼어디치지역 공동체 회복을 주도하는 거점이 되고 있는 워터하우스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식당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자그마한 강줄기 옆에 자리한 워터하우스는 강에서 직접 물을 끌어다 사용한다. 식당 곳곳에 텃밭도 있다.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로 거름도 직접 만든다. 지렁이가 살고 있는 거름통이 식당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간단한 채소는 식당 입구와 주변의 텃밭에서 키운다. 식당 옥상에는 벌통도 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요리에 사용하는 꿀도 직접 받는다.
요리사 연수 프로그램과 연계된 M5농장에서도 유기농으로 동물을 키운다. 농산물 생산에서 손질, 조리, 처리하는 과정이 모두 환경과 연결돼 있다.
밥은 "재료를 인근의 M5농장에서 가져오는 것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작은 식당이지만 공동체와 환경 경제성 효율 등 다양한 가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 호크니협동조합발전회
쇼어디치 지역 인근인 달스턴도 런던내에서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허름한 동네다. 이 곳에도 역시 지역공동체의 지속발전을 위한 호크니협동조합발전회(Hackney Co-operatives Development)가 조직돼 있다. 호크니협동조합발전회도 영국내 많은 공동체기업들처럼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지원으로 다양한 공동체사업을 하고 있다. 자산은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임대와 기부로 마련한 건물과 광장이다. 이러한 자산을 토대로 마을기업을 만들고 주민들의 문화예술향유와 소통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달스턴 지역의 구심점은 호크니협동조합발전회가 입주해있는 건물과 건물 앞 광장이다. 건물은 호크니지방정부가 협동조합에 100년동안 임대했다. 협동조합은 이 건물의 임대사업을 하는데, 수익은 모두 지역 공동체사업에 쓰여진다.
호크니협동조합과 쇼어디치개발신탁 모두 로컬리티(Locality)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공동체회사다.
특히 호크니협동조합은 문화와 예술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문화예술단체나 기업 예술가들이 함께 어우러져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도록 돕는다. 건물도 예술단체나 예술기업에 임대하고, 광장에서 문화행사도 열어 주민들이 소통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공연과 전시 행사도 열고, 공정무역과 유기농산물 판매도 한다. 지역기업들의 상품전시도 함께한다.
이러한 행사장소로 애용되는 곳이 바로 광장이다. 원래 이 동네에는 광장이 없었다. 주민들간 교류하고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호크니협동조합발전회가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주차장이었던 곳을 광장으로 조성하고, 이 곳에서 공연 놀이 게임 토론 등 지역행사를 열었다. 광장 입구에는 질레트(GILLETT) 등 광장조성에 후원한 기업들의 이름을 새긴 명패가 걸려있다. 광장에서는 다양한 단체와 개인들의 공연이 수시로 열린다. 광장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는 광장앞 카페에서 관리한다. 알티노 페르난데스(Altino Fernandes) 호크니카페 매니저는 "광장이 생기면서 달스턴 주민들에 생활문화가 향상됐다"며 "주민들의 여가프로그램이 광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크니협동조합발전회는 지역내 작은 기업이나 자영업자 컨설팅도 한다. 또 주민들이 지역 기업을 이용하는 운동도 벌인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달스턴지역의 경제적 자립과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