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호 군산본부장
한 사람이 길거리에서 그냥 사과만 판매하고 있었고, 다른 한사람은 반대편에서 ‘커플용 또는 사랑의 노래를 들려준다’는 이야기를 곁들여 같은 사과를 판매했을 때 어느 사람이 더 많은 사과를 팔았을까.
이야기를 곁들인 사과가 더 팔렸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본의 아오모리현 사과밭에서 태풍이 불어 90%가 유실됐지만 농장주인은 남은 사과를 ‘어떤 역경에도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이야기로 포장해 판매, 태풍으로 인한 손실까지 보전했다고 한다.
아무리 나이키 신발이라도 오래 신으면 밑창이 닳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나이키가 동일한 질의 다른 신발보다 몇 배나 비싼 값인데도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이키에 ‘승리· 신화· 불패’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 때문이다.
3000년전에 건립된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폐허에 불과했지만 고고학자와 언론이 이야기로 포장을 하기 시작한 19세기 이후에 세계적인 관광상품이 됐고 관광수입은 천문학적이라고 한다.
이같은 사례는 ‘이야기의 힘’의 얼마나 파괴력이 있고 중요한 것인지를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군산에서 전개된 각종 사업마다 숨어 있는 이야기가 많으나 관광객들이나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찾아 볼 수 없다.
새만금 방조제의 경우 군산 골프장 박현규회장의 제안으로 군산상공회의소가 불을 지펴 시민들이 10만명 서명운동에 동참, 제방보다 낮은 도로를 제방위로 올림으로써 관광성을 극대화한 오늘날 방조제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전국 최초로 어항에 관광개념이 도입된 비응어항은 지난 1999년 당시 서동석 시의원이 제안, 항만과 수산의 비중이 큰 군산의 향후 발전을 위해서는 폐항위기에 놓인 비응어항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시민운동으로 공론화됐으며 정치권까지 힘을 합해 탄생하게 됐다.
또한 전북외고는 지난 2002년 당시 김현일 군산시 학교운영위원회 연합회장이 군산교육발전을 위해서는 외고의 유치를 실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고 이의 유치를 위해 13만6000여명의 군산시민이 서명운동에 동참해 열망을 분출한 결과 건립됐다.
그런데도 새만금 방조제와 비응어항, 전북외고를 둘러보면 이같은 이야기는 묻혀 있고 단지 썰렁한 콘크리트 구조물만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위대한 시민 정신이 숨어있는 이야기가 있는데도 이를 스토리 텔링한 구조물은 찾을 수 없다.
새만금 방조제, 비응어항, 전북외고을 찾는 사람들이 그저 ‘긴 둑을 쌓아 놓았구먼, 무슨 건물이 이렇게 많고 썰렁해, 그냥 학교구먼 ’하면서 다시 찾지 않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스토리텔링이 없는 현실이 오늘날 군산시 행정의 현주소다.
비사(秘事)를 찾아 스토리텔링한다는 것은 관광지의 부가가치를 제고, 지역경제활성화로 연계시킬 수 있음은 물론 군산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동시에 훌륭한 정신적인 자산을 후손들에게 물려 줄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다.
매 사업마다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이야기를 곁들이는 스토리텔링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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