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1 19:56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이중생 각하,‘꼼수’쓰다 결국…

목숨 담보한 기회주의자 풍자5~6일 소리문화전당 연지홀전주시립극단, 전원 참여 기대

‘이중생’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나타난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다. 일제강점기에는 친아들까지 자발적으로 징병 보낸 친일파로, 해방 이후에는 미군정청에서 재산을 증식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친미파로 변신한다.

 

하지만 국제 원조 기관 직원을 사칭한 외국인 사기꾼에 걸려 재산을 몽땅 날린다. 궁지에 몰린 이중생은 악덕 변호사 최영후와 짜고 빠져나갈 ‘꼼수’를 준비한다. 3년 전 죽은 것으로 ‘가짜’ 사망진단서를 만들고 유서까지 꾸민 뒤 무력한 지식인 사위의 이름을 빼앗아 그의 이름으로 살 계획을 꾸미는 것.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는 한국 근현대 연극 최초의 희극 작가로 꼽히는 오영진(1916~1974)이 발표한 풍자극으로, 광복 직후 친일·친미 행각을 벌인 기회주의자 최후를 해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전주시립극단의 ‘새로운 얼굴’인 류경호 상임연출자가 맡은 첫 작품으로 전북에서 처음 올려지는 데다 전주시립극단 전원(22명)이 참여해 기대를 모은다.

 

해방 전·후 혼란한 사회상을 배경으로 추악하고 속물적인 자본가와 지식 장사꾼이 활개치는 모습은 절대 가볍지 않다. 장단을 맞추는 대사, 만화를 연상시키는 배우들의 극적인 표정, 분장, 과장된 움직임 등은 한국 전통의 해학과 풍자 코미디로 버무려냈다.

 

‘이중생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을 맺지만 이 땅엔 여전히 수많은 이중생들이 호의호식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비극으로 다가온다. 공연장을 나서는 이들에게 이 작품이 던지는 묵직한 숙제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 전주시립극단 제92회 정기공연‘살아있는 이중생 각하’=5일 오후 3~7시, 6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