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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빈자리 그리고 애틋한 그리움 “특별한 무대로 달래고 싶었죠”

재즈 콰르텟 연주회 여는 재즈 피아니스트 안병주씨

▲ 재즈 콰르텟 연주회를 함께 준비하는 연주자들.
2009년 9월18일. 재즈 피아니스트 안병주(56)씨는 꿈에 그리던 전주에 왔다. 아내가 신장 이식 수술로 인한 휴우증으로 7년을 앓은 뒤였다. 고향에 온 아내는 여기서 말기 암 판정을 받았다. 부부는 “몇 개월 남았다”는 의사의 말을 실감하지 못했다. 병은 잠시 호전되는가 싶더니, 결국 그녀를 덮쳤다. 지난해 10월, 아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남편은 ‘구멍난’ 가슴으로 낮에는 본업이랄 수 있는 재즈 피아노 연주, 밤에는 카페‘사과나무(전주 중화산동)’ 운영으로 버텼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마음속에 들끓던 괴물들을 풀어놓아 부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기를” 원해 재즈 콰르텟 연주회를 준비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글자 그대로 ‘반쪽’이 되어버린 그가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준비한 무대다.

 

재즈는 1세대가 등장하던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돈이 안 되는 음악’. 한국 재즈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이판근 선생으로부터 잠시 가르침을 받기도 했지만, 그 연배 재즈맨들이 그러했듯 독학했다. 팍팍한 밥벌이와 아내의 긴 투병 생활을 견뎌오면서도 자신을 자유로운 영혼으로 되돌려주는 재즈가 더없이 좋았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평생 자신만을 위해 헌신해왔던 아내가 곁에 없다는 사실. 평소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어했던 아내를 대신해 그는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 완주 정심원을 오고 가면서 ‘소양가는 길’을 썼다. 아내를 발인하고 오는 날, 차 안에서 흘러나온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을 삽입시킨 곡. 정신지체장애 아이들을 위해 쓰여질 수익금을 모금하는 이번 연주회에서 이 곡과 함께 아내에게 쓴 눈물 젖은 편지를 들려줄 예정이다. 마음 속 낭떠러지를 코앞에 두고 있는 절절한 마음이 읽힐 것 같다. “아내는 친구이기 이전에 엄마 같았던 존재”라던 그는 전화로 이 긴 이야기를 들려준 뒤 지금의 심정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다 그립네요.”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 안병주 재즈 콰르텟 연주회 = 13일 오후 7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 문의 063) 272-7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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