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기부가 가히 충격적이다. 수천억원대 재산의 절반을 뚝 잘라 사회에 내놓았다. 현 주가로 따지면 1500억원 1규모다. 무료백신을 만든 대가로 절로 모인 재물이다. 우리사회의 기부문화 확산을 자극하는 또 하나의 움직임으로 신선하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온 결심을 실천에 옮겼다는 점에서 감동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많은 혜택을 받은 입장에서 앞장서서 공동체를 위해 공헌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가 필요한 때”라고 말한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자신의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많은 동참자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대로 기부문화의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이번 예상치 못한 기부 행보를 지켜보는 정치권은 각종 정치공학적 풍문으로 무성하다. 폭발적인 지지율을 보이는 상황에서 그의 진의와 무관하게 정치적 시각에서 이런저런 해석이 나오는 건 무리가 아니다. 다만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계산 깔린 포석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편협하고 작위적이다. 기부를 낡은 좌우이념의 틀에 집어넣지 말고 단순 자선사업으로 묶어두었으면 한다. 설령 정치인의 기부라 해도 꼭 나쁘게 볼 이유가 없다. 대통령 자격이 기부와 선행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걸 국민들은 잘 알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서구와 달리 유달리 개인 기부가 적다. 이번 행위가 정치적 풀이와 관계없이 나눔의 문화가 각계각층으로 퍼지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에서도 개인 기부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이바지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전북에서의 기부는 어떠한가. 우리 주위엔 기부자체를 행복으로 여기고 불우한 이웃에게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법정 모금기관인 전라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집계한 기부금액을 보면 지난 4년간 1.6배 늘었다. 2006년 모금액이 39억9천여만원이었던 것이 지난해엔 65억4천여만원이 모여들었다. 전체 규모와 개인 기부금이 늘어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변화된 기부의식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부유층의 참여가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사회적 평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달, 2008년부터 누적 기부액 1000만원 이상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인 ‘나눔리더스 클럽’을 22명으로 구성했는데, 3년전까지 이런 개인은 거의 없었다.
이 기간 1억원 이상 개인 기부자들도 별도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도내는 아직 등록자가 없다.
물론 기부를 양극화 문제의 해결책으로 바라보는 건 경계해야 한다. 근본적 대안 없이 ‘부자의 선의’에 기대서는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 바람직하지도 않다.
하지만 기부를 통한 순수한 나눔은 값지고 소중하다. 미래의 기부가 가진 자의 시혜적 차원이 아닌 모든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관점에서 볼 때 서로 협력해야하는 이유다.
우리 사회엔 정치인의 재산기부에 대해 부정적인 기억들이 적지 않다. 지금은 기부하는 자연인 안철수와 안철수의 정치적 현상을 각각 설명할 수 있을 만큼의 성숙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듬으려는 제2, 제3의 ‘안철수들’이 마중물을 따라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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