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이 요동치고 있다. 얼키고 설킨 실타래 같은 현실의 실마리를 찾아 낼 수 없을 만큼 큰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한미 FTA는 이제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의 일대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한미 FTA가 사실상 우리나라의 ‘경제 헌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불안은 국민들의 거센 반발과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중소기업과 대기업, 비정규직과 정규직, 대졸자와 고졸자, 일류 대학과 지방대, 지방과 수도권과의 경제적인 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 한미 FTA 비준은 우리들의 경제 민주화에 대한 갈망에 치명적인 타격이다. 이 암울하고 암담한 불안 심리가 가져올 사회적인 파장이 어디까지 일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 10·26 서울 시장 선거가 가져온 결과에 대한 정치적인 격랑 또한 머물 곳이 어디일지 예측하기 힘들다. 권력의 존재 가치인 도덕성과 철학적인 일관성을 잃어버린 국가 최고통치 권력은 시도 때도 없이 후진하고 어이없게 역발진한다. 더 이상 우리 사회를 통치하지 못하는 이 퇴행적인 낡은 정치권력의 ‘고장’은 우리사회가 등대고 살아온 가치 질서의 벽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변화된 시대적 과제의 핵심에서 벗어난 정치인들의 철없는 ‘방황’과 남의 다리 긁는 어처구니없는 처방은 국민들을 더 답답하게 하고 있다. 우리 정치를 이끌어 온 호남과 영남의 정치 구도가 가져온 정치적 후진성의 후유증은 우리들의 삶을 피곤하게 하고, 아직도 한반도의 새로운 정치 질서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 기득권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이 두 개의 낡은 보수 세력은 ‘보수’와 ‘수선’의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해체되고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게 다 경제라는 경제제일주의는 인간 고유의 아름다운 가치 질서를 다 잡아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이 브레이크 없는 무절제한 황금만능주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고 출세만 하면 된다는 사회가치를 일방적으로 주입해 왔다. 우리의 교육은 인간 개개인의 인격에 대한 존경과 존중의 가치를 헌 신짝처럼 버리고 일등만이 살아남는다는 정글의 법칙을 강요했다. 상식과 염치와 눈치와 체면을 몰수한 ‘꼰대’들의 이 뻔뻔함이 학생들에게 그대로 변형 전이 되어 나타난 친족 살해 사건들은 인간이 야수들에 의해 막다른 골목으로 쫓기다 되돌아서서 덤벼드는 또 다른 짐승됨의 증거이다. 짐승이냐, 사람이냐를 가르는 진정한 문명의 질서는 언제 동틀 것인가. 그 새벽을 가져올 당사자들은 놀랍게도 다시 우리들이라는 것이다. 정치의 인간화, 교육의 인간화, 경제의 인간화, 그것들의 진정한 민주화가 우리의 새로운 시대적인 가치들이다.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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