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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건강의 비결

논설위원

올 들어 원로 몇분을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다. 10년 전쯤, 전북출신 원로들을 만나, 경륜을 듣는 기회가 있었는데 오래 가지 못해 아쉬웠던 차여서 잘됐다 싶었다. 당시 황인성 총리와 조정근 원불교 교정원장, 고건 총리, 유기정 세계중소기업연맹 총재,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 철학계 원로 한단석 박사 등을 만났다.

 

그리고 이번에 이철승 대한민국건국기념사업회장(90·전 신민당 대표), 송방용 헌정회 원로회의 의장(99·작고), 장경순 자유수호국민운동 총재(90·전 국회 부의장), 김광수 미래엔그룹 회장(87·전 대한교과서 회장) 등을 인터뷰했다.

 

이 분들과의 만남은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었다. 흘러간 인물들이어서 고리타분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이 분들은 하나의 역사였다. 흠결이야 없지 않겠지만, 한국 근현대사의 한 가운데 서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도 했다.

 

송 의장은 연희전문학교 스승이었던 정인보 선생의 얘기를, 이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과 김구 선생 얘기를 들려줬다. 또 장 총재는 한국독립군총사령관 이청천 장군및 박정희 대통령과 5·16 쿠데타를 일으키던 날 밤의 얘기를, 김 회장은 '현대문학'과 교과서 출판의 역사를 생생히 들려줬다. 이 분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리고 끝나면서 꼭 건강비결에 대해 물어봤다. 90세를 넘겨 장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올해는 연초부터'100세 쇼크''고령화' 등이 화두가 아니었든가.

 

건강비결에 대해 이철승 회장은 "젊은 나이의 건강은 부모로 부터 물려받은 것이니까 자랑할 것이 못된다"면서 "중년 이후의 건강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건강은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건강에 해가 되는 술과 담배, 비정상적인 여자관계(荒淫)는 늙어서 반드시 결산을 본다는 지론을 폈다. 보기와 달리 젊은 시절부터 막걸리 한 잔도 입에 대지 않고 정치를 해왔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대신 운동은 만능이었다. 이 회장은 자신의 건강비결을 X,D,R(Exercise, Diet, Rest)로 요약했다. 운동과 영양, 휴식이다. 요즘은 허리 협착증이 있어 걷기에 불편을 느끼는듯 했다.

 

인터뷰 후 두달만에 작고하신 송방용 의장은 기억력이 비상했다. 또 건강 7계명 덕분에 마지막까지 돋보기도, 틀니도, 보청기도 끼지 않았다. 7계명은 다음과 같다. ①담배를 피지 않는다 ②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③매일 7000보씩 걷는다 ④아침마다 맨손체조와 요가를 한다 ⑤하루 세끼 외에 군것질을 안한다 ⑥술은 친구와 기분좋게 마신다 ⑦비타민제를 정기적으로 먹는다.

 

유도가 10단인 장경순 총재는 건강에 대해 묻자 "허허"웃으면서 "열심히 활동하는 게 비결"이라고 대답했다. 젊은 시절 두주불사로 많은 일화를 남겼던 장 총재는, 지금은 아침 5시에 일어나 집근처 독립공원을 1시간 가량 걷는다고 했다.

 

김광수 회장은 전립선암 등 수술을 세번 받았으나 지금도 집에서 8시 30분이면 회사로 출근한다. 친구들과 점심을 같이하고 목욕탕에 가는 게 즐거움이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2주에 한 번꼴로 골프장에 나가 15홀을 돌고 온다고 했다.

 

물론 이 분들의 건강비결이 노년 건강의 정답일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가족이나 사회와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80세 이상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인생 100세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인식조사 결과 43.4%가 이를 축복으로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쨌든 장수시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개인이나 국가, 모두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재앙이 될 수 있다. 성공적인 노년건강, 지금 준비해도 빠르지 않다.

조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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