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문단의 뿌리를 찾는 작업은 전북의 문화자산을 찾는 의미 외에도 전북문학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틀거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소중한 일이다. 전북작가회의가 2006년부터 작고문인 세미나를 계속 이어온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전북작가회의(회장 안도현)가 2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옆 원두막에서 올 3차 세미나로'전북의 근현대 문학인'을 꺼냈다. 1차 세미나가 신진연구자들에 의해 꾸려졌고, 2차 세미나가 중견연구자로 진행됐다면, 이날 세미나는 그 결산의 자리였다. 세미나는 오하근 교수(원광대)의 기조강연과 원로시인 정양 교수(우석대)가 좌장으로 참여해 난상토론으로 진행됐다.
오 교수는 이날 '전북의 근현대 문학인'을 주제로, 1920년대 근대문학의 초창기부터 1940년 해방공간까지 전북문인들의 한국문학에서 어떤 위치를 갖고 있었는지 살폈다. 이를 요약한다.
전북인으로 초창기 현대문학 대열에 참여한 이는 유엽(1902~1975, 전주)이다. 1923년 일본 와세다 대학 유학중 같은 문과생인 손진태 양주동 등과 함께 동인지 '금성'을 창간했다. 출가해 승려로 일생을 마쳤으며, 그의 작품은 불교의 선을 시에서 구현하려는 것이 특징이다.
36세로 요절한 소설가 이익상(1895~1930, 전주)은 계급주의 단체인 파스쿨라와 카프의 발기인으로 참가해 신경향파 작가로 활약했다. 보통학교 교사를 지냈으며, 소설가 백주 김태수와 시인 신석정이 그의 제자다.
백주 김태수(1904~1982, 부안)는 소설'과부'가 이광수에 의해'조선문단'에 추천되면서(1924년) 데뷔했다. 그의 작품 '구두장이'는 진정한 신경향파 작품이라 할 수 있고, '살인미수범의 고백'은 최초의 목적소설로 여겨진다.
김창술(1903~1950, 전주) 역시 1920년대 카프에 가입해 수많은 프롤레타리아 시를 썼다. 북한에서 이상화·김소월 등과 함께 그의 시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전주시회(詩會)'를 조직해 이끌었다.
김해강(1903~1987, 전주) 시인은 192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1회에 '새날의 기원'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으며, 웅장한 남성적인 말투와 태양을 소재로 한 시를 많이 써 '태양의 시인'으로 일컬어진다.
시조 시인 가람 이병기(1892~1968, 익산)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후 서울대와 전북대에서 후학을 지도했다. 김상옥 등 유수한 시조시인을 등단시켰다. 시조에서 한문 투의 상투어가 사라지고 고유어의 뉘앙스가 빛을 발하게 된 것은 순전히 가람의 덕분이다.
시조 시인 양상경(1903~1988, 김제) 역시 1922년 동아일보를 통해 데뷔했으며, 민족적 염원을 담은 시를 많이 발표했다.
1930년대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동인지 '시문학'에 시인 신석정(1907~1974, 부안)이 참여했다. 박한영 스님 밑에서 불경을 공부하기도 했던 그는 목가적인 시를 써 전원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전주고와 전북대 등에서 교편을 잡으며 전북문단의 기반을 닦았다.
잘 알려진 미당 서정주(1915~2000, 고창)와 백릉 채만식(1902~1950, 군산)도 1930년대 한국문단을 살찌우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성범(1916~1981, 고창)은 미당과 같은 시문학 동인이며, 외교관과 바둑 프로기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소설가 이근영(1909~?, 군산)은 1946년 조선문학가 동맹의 농민문학위원회 사무장을 맡다가 그 해 월북했으며, 월북 후 80년대 초까지 여러 작품을 발표했다.
전북의 아동문학은 김완동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1930년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구원의 나팔소리'로 당선돼 데뷔했다. 근래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김환태(1909~1944, 무주)와 윤선규(1908~?, 남원)는 30년대 후반 국내 대표적 평론가로 평가받는다.
전주 해성학교 교장과 대구매일신문 사장을 역임한 최민순(1912~1975, 진안)은 가톨릭 신부이면서 시인이다. 1960년 한국펜클럽번역상을 수상했다.
1940년대 좌우 대립에 의한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로 대표적 인물이 유진오(1922~1950, 완주 고산)다. 시 낭독에 뛰어나 동대문운동장의 10만 관중 앞에서 시를 낭독해 갈채를 받았다. 1949년 지리산 문화공작대장으로 임명된 후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고 처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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