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석…전북대 총장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은 동양에서는 'crisis'를 위험과 기회를 의미하는 '위기(危機)'라고 번역하는데, 이는 위기상황에서도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예기치 않은 실패나 고난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라는 '이환위리(以患爲利)'의 의미도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필자는 위기가 곧 도약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경험으로 직접 체득한 바 있다. 우리 전북대도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때가 있었다. 위기에 처한 대학을 살리기 위하여 총장에 취임하자마자 다른 대학이 시도하지 못한 많은 변화를 시도하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연구와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한 결과 연구 경쟁력이 두세 배 이상 높아졌으며, 가장 '잘 가르치는 대학'이라는 인증도 받았다. 전북대는 이제 각종 평가에서 서울의 최상위권 대학들과 경쟁하는 수준에 이르러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대학 구성원들에게 그간의 성과에 만족하는 것은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으니 변화의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다 해도 그 성과에 만족하고 안주하게 되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는 사례를 많이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토로라이다. 무선통신 분야 세계 1위 기업이었던 모토로라는 1990년대 중반 스타택(StarTAC)을 개발하여 휴대전화기의 혁신을 일으켰지만 디지털 기술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무선통신 시장을 외면하고 아날로그 기술에 기반을 둔 스타택의 성과에 안주했다. 그 결과 50%에 육박하던 점유율이 불과 4년 만에 17%로 추락했고,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룬 2011년 1분기에는 2%대로 떨어져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반면에 변화를 통해 도약을 이룬 사례도 있다. 1980년대 세계 PC시장을 주도했던 IBM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전략을 들고 나온 델에게 시장 1위 자리를 내주며 1993년 최악의 경영난을 겪었다. 하지만 루이스 거스너가 CEO가 되면서 고객의 요구를 분석하고 기업 개선에 착수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꾀한 결과 세계 최대의 IT 서비스 및 컨설팅 회사로 재탄생했다.
모토로라와 IBM의 가장 큰 차이는 변화에 대한 수용 태도이다. 변화에 둔감하느냐, 아니면 변화에 민감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존이 달라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짐 콜린스 전 스탠포드대학 교수도 그 어떤 위대한 기업도 일시적 성공에 자만하는 순간 몰락의 길로 접어든다고 지적했다. 콜린스의 분석이 모든 기업의 흥망성쇠에 반드시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살아남은 기업들은 대부분 끊임없이 혁신을 위해 노력한 기업들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이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대학들도 "최후까지 살아남는 종(種)은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하는 종이다"라고 한 찰스 다윈의 말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어제의 첨단 지식과 기술이 오늘은 진부한 것이 되어버리는 현대사회에서 변하지 않고서는 결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변화는 곧 생존이다. 전북이 우리나라의 발전을 견인하는 변화의 중심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 변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임진년 새 아침,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듯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변화가 절실한 때이다.
△ 서거석 총장은 전북대 법과대학 학장, 전주경실련 공동대표, 전국 국공립대 총장협의회 의장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정부 새만금위원회 위원, 전북발전협의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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