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이라는 말은 퍽 진부하다. 연말이 되면 지겨울 만큼 이 말을 듣는 일이 이번에도 바뀌지 않았다.
한 해를 결산하는데 그 보다 더 적절한 어휘를 찾지 못해서 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번에도 지난해를 '감동'이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었다. '사랑의 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몸담은 이래 시작된 변화이다.
사랑의 열매 사무실은 일 년 내내 감동의 물결이 구비치는 특별한 곳이다. 유치원 꼬마부터 아르바이트 학생, 저임금의 근로자에서 노점상 할머니까지. 오히려 남의 도움을 받아야 마땅할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성금을 맡기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9월에는 교통사고로 숨진 '철가방 천사' 김우수씨의 사연이 한반도를 눈물로 적셨다. 지난 12월, 우리 고장의 91살 할머니는 평생 모은 재산을 다털어 3억여 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그래서 이제는 가진 게 없으니 남을 돕기가 어려워 마음이 아프다는 TV 인터뷰로 우리를 울렸다.
전주 노송동의 '얼굴없는 천사'는 이번 성탄절 직전에 산타클로스처럼 어김없이 오셔서 전국을 감동으로 떨게 만들었다. 그 이름 없는 천사가 지난 12년 동안 세상에 기부한 것이 단지 2억4천여만 원이라는 금액으로 표시되는 화폐에 불과할까?
12월1일 사랑의 열매가 전주시 오거리에 설치한 사랑의 온도계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눈금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사랑의 열매 봉사단원들의 눈물겨운 헌신과 언론. 행정기관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 한파를 이겨내고 있다.
기업과 기관의 직장인들은 매월 급여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매출의 일정액을 자동적으로 기부함으로써 연중기부의 시스템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기부의 일상화 추세에 힘입어 전북사랑의 열매에는 지난 해 모두 65억여 원의 성금이 모아졌다. 이 모금액에 중앙지원금 40억 원을 보태 모두 105억여 원이 전북지역에 지원되었다. 3만 가구의 어려운 이웃과 1천 군데의 복지시설, 수많은 저소득 아동, 청소년과 독거노인, 장애인들이 온정의 손길을 맞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치는 않다. 아직도 따뜻한 도움이 필요한 그늘진 곳은 너무도 많아 안타깝다. 기부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나 물품을 어려운 이웃에게 직접 전달할 수도 있고 사랑의 열매를 통해 지원을 위임하거나 수혜자를 지정할 수도 있다. 또 금품이 아닌 노동이나 재능을 기부할 수도 있다. 대기업까지도 금품이나 기능을 활용해 사회공헌활동에 다투어 나서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사랑의 열매가 벌이는 이번 모금캠페인의 슬로건은 '나눔! 행복으로 되돌아옵니다'이다. 이제 더 이상 나눔과 기부는 선택적 문제가 아니다. '기부는 의무다' 지금 세계의 시대적 요구는 양극화 해소와 분배의 정의구현, 동반성장에서 더 나아가 공존민주주의 지향이다. 누구나 감동을 받으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모두가 뜨거운 가슴이 되어 다함께 훈훈한 겨울나기에 동행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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