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 왕따, 학교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10대들. 학교 안팎에서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최근의 경우처럼 학교 폭력을 이기지 못해 자살로 이어지면서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이 망가진 상태라고까지 진단하고 있다.
본보가 기획한 '2012 나눔 그리고 희망'에서는 재능 나눔의 첫번째 대상자로 (사)청소년 안전을 생각하는 의사 모임(이하 '청의')를 주목한 것도 그 때문이다.
'청의'는 의사들을 주축으로 진료실 밖에서 청소년 안전사고의 실태와 제도에 관한 의식조사 등을 해온 시민단체. 현재 직·간접적으로 후원해오는 병원이 80여 곳을 훌쩍 넘는다.
상임이사로 '청의'를 이끌어오고 있는 이형구(56·중앙마취통증의학과 대표)씨가 1997년 지인들과 '청의'를 만든 것은 스키장 안전사고로 큰 아들을 잃게 되면서부터.
"아들이 나를 가르쳐주고 간 거죠. 안전사고로 인한 수많은 억울한 죽음이 한 개인의 잘못으로만 귀결되고 있단 걸 깨닫게 됐습니다."
'청의'는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도·위생 조사 등을 촉구하는 공청회와 세미나로 시작해 청소년 정신건강 아카데미와 강연, 청소년 안전 보호단 구성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2007년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애당초 정치적인 시민단체 보다는 자체 예산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조그만 일부터 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갈수록 오지랖이 넓어졌어요.(웃음) 학생이 교내 안전사고로 피해를 입을 경우 치료비 제공 등을 해주는 학교안전공제회가 생기면서 저희 입지가 좀 줄었고 활동도 뜸해진 면이 있지만, 여전히 고민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그는 특히 학생이 사고로 안전공제회에 피해 보상을 신청해도 개인 과실과 학교와의 관련성을 입증해야 하는 심사 기준이 높아 실제 지급되는 보상액도 적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지난 10년 간 당시 전북도의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의료지원으로 자원봉사를 해오면서 느낀 소회도 밝혔다. "시험 등수가 어떤 가치보다 우선되는 풍토에서는 아이들이 숨 쉴 수가 없다"는 그는 "상담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곧 부모의 문제이고, 사회의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했다.
스러져가는 농촌 풍광을 사진으로 담아온 그는 우리가 잊고 살아온 생명의 근원인 자연의 소중함, 마구잡이식 개발에 대한 경계심 등에도 관심이 많다. "마취과 의사로 시골에 출장갈 일이 많아 운좋게 배운 것"이라고 했지만, 정신적 호적이 없어진 농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사진이라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값지다.
"시골장에 가면 파리만 날리고 손님이 없어 카메라 들이대기가 정말 죄스러워요. 하지만 이게 농촌의 일이라고 치부해버리고 각자가 위치한 자기들만의 사회를 만드는 게 문제 같습니다. 우리 대부분이 이 사회에 제대로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데, 사진을 보면 그게 보이거든요. 그래서 사진학은 인문학입니다."
그의 새해 소망은 소박하다. 우리 사회가 공감 능력을 키워갔으면 한다는 것. 그는 "남을 배려하는 태도를 배우게 하지 않고 경쟁으로 내몰게 되면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다"면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공유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풀 수 있는 감수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노력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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