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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예방은 타인존중 학습부터

김성열 경남대 부총장

지난 해 12월 친구들의 폭력에 시달리던 대구의 한 중학생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안타깝고 슬픈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의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계기가 되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시·도교육감들과 함께 학교폭력 대책을 의논하고, 언론 매체들은 연일 학교폭력의 원인과 실태, 대책과 관련하여 전문가들의 백가쟁명(百家爭鳴)식의 주장을 전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때마다 문민정부에서부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쳐 현 MB정부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나서서 학교폭력 대책을 주문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중심이 되어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세우는 등 매번 반복적 노력을 해 온 게 사실이다.

 

2004년에 제정된 현행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도 그러한 노력의 소산이었다. 이 법률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법률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단위학교 수준에서 해야 할 일들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 단위학교들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 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왔다고 얘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의 대책이 선언(宣言)적 수준에 머물렀다거나 학교폭력의 복잡한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여 실효성이 없는 것이었다는 비판도 일었다 .

 

일부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폭력 예방 환경을 제대로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의하면,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신고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고 가해학생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는 체계가 우리 사회에 확실하게 구축된다면, 학생들이 폭력을 휘두를 엄두를 내지 않게 되고 학교폭력은 그에 따라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한 주장으로서 대구 중학생의 자살사건 이후에 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인 대책으로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신고체계의 구축과 폭력에 상응하는 처벌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학교폭력 예방 환경의 조성은 가해학생들의 폭력적 행동의 표출을 억제할 뿐 그것의 내면적 원인인 공격적 심성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한다. 공격행동에 대한 모방학습 연구들이 공격적인 폭력 행동이 벌을 받는 것을 본 아이들조차도 공격행동에 대한 모방학습을 하고, 특정의 상황에서는 폭력이나 공격행동으로 표출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모방학습은 공격성의 형성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모방학습은 공격성과는 다른 여러 마음의 형성에도 일어난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적 견해이다. 바로 이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학생들이 학교 내외에서 폭력적 행동과 공격성을 학습하는 기회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아끼는 마음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가정에서 부모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자녀들을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학교장과 교사가 서로 존중하며,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폭력적 언어를 사용하거나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고, 그들을 인격체로서 존중해야 한다. TV 드라마 등의 등장인물이나 지도자 등 가시성이 높고 영향력이 큰 사람들은 약자를 무시하거나 폭력적으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 학생들이 이렇게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와 행동을 통하여 공격성보다는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학습하고 기르게 될 때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근본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열 부총장은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 박사를 거쳐 제6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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