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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있나요? "기업 유치에 써달라" 시민 익명 기부

식당 운영 전주시민, 효성 탄소공장 관련 2013만원 '감동'

▲  12일 전주시 중화산2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주)효성 탄소 공장 착공을 바라는 익명의 기부금을 세고 있다. 추성수기자chss78@

불우이웃을 위해 11년째 성금을 놓고 가는 전주시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에 이어 이번에는 (주)효성 탄소 공장 착공을 바라는 익명의 기부가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기업 유치를 위해 주민이 성금을 내놓는 것은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어서 이번 기부행위가 몰고 올 파급이 주목된다.

 

식당을 운영하는 전주시민이라고만 밝힌 한 남성은 12일 오전 11시 20분께 공중전화로 전주시 중화산2동주민센터에 "인근 H아파트 입구 공중전화 부스에 돈이 담긴 박스가 있으니 가져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간 주민센터 직원은 그 곳에서 편지와 1만원권 지폐 2013장이 담긴 A4용지 상자를 발견했다.

 

기부자는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효성 전주 공장 착공이 토지주들의 반발로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전주에 공장을 짓기로 한 고마운 효성과 삶의 터전을 내줘야 하는 토지주들을 위해 써달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특히 "토지주들이 좀 흔쾌하게 동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며 "하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니 토지주들의 아픔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주들의 저항을 전주발전을 방해하는 일로 해석하면 안될 것"이라며 "토지주들도 공장 입주를 환영한다고 말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전주 발전에 대한 생각은 토지주나 시민 모두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식당에 오는 시민들 덕택으로 음식 팔아 모은 돈"이라며 "큰돈은 아니지만 공장이 빨리 착공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효성측 관계자는 "전주시민의 기업 유치 노력에 매우 감사한다"며 "최근의 토지 문제가 원만히 잘 해결되면 좋겠다"고 환영의 표시를 나타냈다.

 

한 토지주는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고, 토지 보상 문제가 조속히 매듭지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에서 주민들이 기업을 위해 성금을 낸 적은 지난 2003년 5월 익산의 하림 본공장에 4000억원 피해 규모의 화재가 났을 때로 도민들이 모금운동을 벌여 6억여원을 공장 재건비용으로 전달한 바 있다.

 

 

■ (주)효성 탄소 공장 착공을 바라는 익명의 기부자의 글

 

 

늘 감사한 전주시민 여러분. 또 불철주야 일하는 전주시 공무원 여러분.

 

전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전주시민입니다.

 

저는 최근 지방신문을 보면서 효성이라는 회사가 전주에 탄소 공장을 지으려고 하는 데 토지주들의 반발이 매우 커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송하진 전주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밤낮으로 토지주를 만나 설득에 나서고 심지어 전북도와 이 지역의 정치인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주민이 뽑아준 대표들이 전주 발전을 위해, 전북의 발전을 위해 뛰는 모습을 보니 “아! 전주의 미래는 밝구나”라는 기대와 감동을 받았습니다.

 

토지주들이 흔쾌하게 동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니 토지주들의 아픔도 작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토지주라면 어떻게 했을까도 생각했는 데, 모르긴 해도 저 또한 법적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으려고 했을 것입니다.

 

또 돈도 돈이지만 터전을 옮겨야 하는 아픔도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토지주들의 그런 아픔에 공감하는 시민입니다.

 

따라서 토지주들의 저항을 마치 전주 발전을 방해하려는 일도 해석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토지주들도 효성의 탄소 공장 입주를 환영한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전주의 발전을 생각하고 고대하는 마음은 토지주나 일반 시민이나 모두 같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주 발전을 위해 땅을 내놓아야 하는 토지주들을 위해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없는지를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전주시 노송동에 나타난 얼굴없는 천사가 떠올랐습니다.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고 11년째 기부를 해온 바로 그 천사 말입니다.

 

불우이웃을 돕는 성금과 전주시 발전을 위한 기업 유치기부금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업이 들어오면 우리 아이들 취직자리도 그만큼 늘어나고 조금은 경제가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일자리가 늘면 불우이웃도 또한 줄어들겠죠. 그렇게 되면 제 식당에 오는 손님도 늘어날 지 모르겠습니다.

 

식당에 오시는 전주 시민들 덕택으로 음식 팔아 모은 돈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 시민들께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아드리고, 탄소공장이 빨리 착공되기를 바라면서 공장 착공 지연으로 속을 태우는 전주시에게 돈을 보냅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전주에 공장을 짓기로 한 고마운 효성과 삶의 터전을 내어줘야 하는 토지주들을 위해 써 주십시오.

 

토지주들과 전주시민들, 그리고 효성이 모두 함께 환하게 웃는 얼굴을 하루빨리 보고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2.1.12 전주를 사랑하는 시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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