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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사습보존회, 소리꾼 전유물 전락 - 문턱 낮추고 시민 위한 단체로 거듭나야

소리꾼 중심 이사진 구성…회원 120명도 대사습 출신 국악인 37년간 기획·홍보 전문인력 확보 노력 없이 '예산 부족 탓'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이하 전주대사습·이사장 성준숙)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권위있는 국악의 등용문이다. 전주대사습은 19세기 말에 중단됐다가 1975년 '판'의 정신을 되살린 판소리 경연대회로 현재까지 이어져 오면서 각 부문별 명인·명창 370여 명이 배출됐다. 대사습의 꽃은 판소리 명창 부문. 판소리는 관객들을 모아놓고 벌이는 공연예술의 정수다.

 

그런데 전주대사습을 주최하는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소리꾼들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논란이 새삼 불거지고 있다.

 

전주대사습 역대 이사장은 손주항(1977~1978) 김판철(1979~1985) 김원술(1985) 송광섭(1986~1989) 한선종(1990~1993) 김판철(1994~1997) 한선종(1998~2000) 황병근(2001) 배기봉(2002~2005) 홍성덕(2006~2007) 김정호(2008~2009) 홍성덕(2010~2011) 등이 재임했다.

 

손주항 초대 이사장부터 배기봉 이사장까지 재력이 있으면서 국악에 조예가 깊은 이들이 대다수였다. 출마 공약으로 한선종 전 이사장은 대사습청 건립을 요구하면서 2억5000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의 발단은 소리꾼 출신인 홍성덕 이사장 재임한 2007년부터. 대사습보존회가 일부 회원들을 쫓아냈다. 대사습보존회는 '회비 미납'을 근거로 들었지만, 당사자들은 "매번 총회에서 회비를 냈던 관행을 뒤집고 보존회에 쓴 소리를 하거나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이들은 다 쫓아냈다"고 비난했다.

 

대사습보존회 이사·회원이 되려면 각각 50만원·10만원 씩 내되 특별한 자격 기준은 없으나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현재 총 30여 명으로 구성된 이사들은 전주시 문화경제국장(당연직)을 제외하고는 국악 실기인들이다. 회원은 120여 명으로 전주대사습에서 장원을 했거나 참가 경험이 있는 국악인들이다.

 

정은하 대사습보존회 사무국장은 "이사회에서도 대사습 회원수가 늘어나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무작정 늘릴 수가 없어 150여 명으로 합의한 상황"이라고만 밝혔다.

 

본선 생중계를 해왔던 전주MBC가 지난해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했던 걸 제외하면 전주대사습은 대사습보존회가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 없는 회원 가입 문턱은 높게 했던 대사습보존회는 지난 37년 간 전주대사습을 기획·홍보할 전문 인력 확보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예산 탓"으로 돌렸다. MBC가 2006년 일부 예산지원을 중단하면서 전주대사습에 손을 떼면서 전주시가 예산을 증액하긴 했으나, 대회를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비밖에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냉정히 볼 때 현재 국악계는 힘이 없다. 대중 동원력이 떨어지면서 영향력도 약해졌다. 반면 대중가수는 방송으로, 콘서트로 활동 반경을 점점 더 넓혀나가고 있다. 공연 기획자 역시 경제성 없는 국악은 외면한다. 지난해 전주MBC가 대사습보존회를 거의 배제한 채 새로운 판을 만든 것도 대사습보존회의 자정 능력에 관한 깊은 불신에 기인한다.

 

한 국악계 인사는 "국악인 역시 대사습보존회 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북 국악계의 마지막 남은 자부심인 전주대사습을 대사습보존회 스스로 무너뜨리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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