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유천리서 발굴된 고려시대 유물 조립형으로 실용성·예술성 뛰어나
비록 파편으로 발굴됐지만 우리 지역에도 이에 못지않은 장구 명품이 있어 눈길을 끈다. 13세기경의 유물로 부안 유천리에서 발굴된 청자상감 추규무늬장구 파편은 전체 길이가 50센티미터이며, 두께도 21센티미터여서 지금의 장구와 매우 흡사한 형태를 띤다. 이 장구가 비록 파편이지만 주목되는 이유는 바로 화려한 장식으로 궁중 또는 사찰에서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귀족적 매력 때문이다.
이 유물을 처음 접했을 때 도자기 장구가 펼쳐내는 아름다운 소리가 시공을 초월하여 듣는 사람에게 진정한 감동을 안겨주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고려사 악지에도 나오듯이 고려시대에는 '장고업사'란 직업 장구 담당자를 두어 중요한 음악을 담당했다. 유명 장구명인이 도자기 장구로 풀어내는 음악을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찬 감동을 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발굴조사에 참여한 이화여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장구는 일체형이 아닌 조립식 장구란 점이다. 먼 거리를 갈 경우 간편함을 위해서 장구를 분리하고 연주를 위해 합쳐서 조립했던 것이다. 동시대에 선조들이 사용처와 용도에 따라 조립하면서 음악을 연주했다는 점에서 빼어난 실용성과 예술성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발굴된 장구 파편의 외형은 화려함의 극치다. 장구통에 당초, 연판 문양을 역상감으로 장식하였고 양쪽 통을 조립하기 위하여 조롱목 한쪽에 촉이 있어 마치 '짜맞춤 가구'와 같이 장인의 피땀 어린 노력이 스며있는 듯하다.
더욱이 나무가 주는 질감보다 흙이 주는 정감이 공명을 통해 울려 퍼졌을 때 당대 도자기 장구가 빚어내는 청아한 소리 또한 멋스럽고 격조가 넘쳐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시대 도자기 장구는 전국적으로 수십 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비록 파편 장구지만 이 유물은 장구의 구조적 변형 또한 연구할 수 있어 좋은 장구 길라잡이기도 하다.
청자토로 온도 1.300도에서 구워 만든 청자상감 추규무늬장구 파편은 원형을 상세하게 살필 수 없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조립식 장구와 화려한 문양으로 당대 음악사회사를 복원하는데 적격인 유물이다.
특히 채편과 북편을 오른손과 왼손으로 두드리면서 소리를 냈을 이 장구는 한국음악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장단이 형성되며, 아악을 비롯해 궁중 중심의 음악과 판소리, 산조 등을 비롯한 민간음악에서도 다른 일정한 유형을 가진 장단을 형성했기 때문에 깊고 넓은 음색을 눈으로 감상해 본다.
/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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