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푸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갈수록 아기 키우기가 어려워 지는 시대에 보육료 지원, 예방접종 지원 등 육아관련 정부 지원이 늘어난다고 하니 부모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는 특히 예방접종지원소식이 반갑다. 접종비용도 낮아지고 지원백신의 종류도 8종에서 10종으로 2종이나 늘었다니 우리 아이들이 더욱 건강해 질게 아닌가.
예방접종은 공중보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고 할 만큼 소아사망과 전염병 감소 등 인류 건강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매년 200만 명에 가까운 어린이들이 예방접종으로 목숨을 구하고 있다고 하니 예방접종의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원이 되지 않는 예방접종들이 있어 여전히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이의 건강을 담보로 선택백신을 안 맞을 수 없는 노릇. 실제로 선택접종에 해당하는 질환 중 아이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아이가 병에 걸려 오랫동안 치료를 받게 됐을 때 발생 하는 비용, 항생제 내성 등으로 치료가 어려워지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얻을 수 있는 의학적인 혜택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면, 선택 접종 중 꼭 필요한 백신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질환의 위험성 측면에서 봤을 때 폐렴구균 백신과 뇌수막염 백신은 가능한 접종할 것을 권장한다. 매년 120만 명의 5세 이하 아동들이 폐렴구균과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균(Hib)에 의해 사망하고 있으며 폐렴구균성 질환이나 뇌수막염은 완치된 후에도 아이에게 치명적인 장애를 남길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특히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는 독감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게 되는데, 이런 호흡기 질환으로 몸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코 속에 상주하고 있던 폐렴구균이 혈액이나 뇌수막으로 들어가 패혈증, 폐렴구균성 뇌수막염 등 심각한 폐렴구균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백신으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또한 어린이 집 등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영유아 일수록 전염의 위험성이 높으므로 접종을 권한다.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얼마나 많은 균을 예방할 수 있는지, 최근 유행하는 균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현재 국내에는 십여 가지 활동성이 높은 균을 예방하기 위한 13가, 10가의 두 가지 백신이 나와있는데, 백신 앞에 붙는 숫자가 예방 가능한 폐렴구균의 숫자를 의미한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에 심각한 폐렴구균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19A 라는 균이 늘어났다고 하는데, 이 균은 13가 백신에만 포함되어있다.
폐렴구균 백신은 총 4회를 접종한다. 생후 6주부터 접종이 가능하며 2개월 간격으로 3회 기본접종 후 12~15개월에 1회를 맞는다. 이미 2010년 7월 이전에 예방접종을 모두 마쳤다면 만5세까지(72개월 이전) 13가 백신으로 1회 보강 접종을 하면 유행하는 19A 균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다.
뇌수막염 백신(Hib) 역시 Hib(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라는 균이 뇌수막으로 침투해 생기는 질환을 예방해 주는 백신으로 생후 6주부터 접종이 가능하며 2개월 간격으로 3회 기본접종 후 12~15개월에 1회 접종한다. 폐렴구균과 접종일정이 동일해 같이 접종하기도 한다.
아이가 예방접종을 하면 한집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해당 질환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다고 한다. 예방접종으로 아이 건강도 챙기면서 가족의 건강도 동시에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 아이뿐 아니라 어르신들의 면역력을 위해, 아기의 예방접종, 꼼꼼히 챙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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