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화는 조선시대에 서민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그림을 비롯하여 동시대 전반에 걸쳐 제작되었던 궁중과 관아의 제반 행사를 그린 그림들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이러한 조선시대 풍속화는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음악과 무용 장면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기록화적 성격이 강하여 당대의 음악문화를 사실적으로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하겠다.
1992년 6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로 제13호 지정된 의금부도사 김도언의 유물 가운데 궁중기록화인 태평연도가 있다. 1728년 무신란 평정 후 창덕궁 인정전에서 베풀어진 태평연 그림으로, 영조가 김도언에게 내린 유물이다. 길이 117㎝, 폭 63.2㎝로 필자가 미상이며, 견본채색으로 구성된 이 유물은 궁중행사의 여러 가지 모습을 파악하게 해 주는 좋은 자료이다.
이 유물이 국악사에서 주목되는 것은 궁중 연희의 장면을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한 점을 들 수 있다. 태평연도는 우선 창덕궁 인정전을 배경으로 군신과 악사, 무용수들이 유물 속에 포착된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화려한 색채와 짜임새 있는 구도, 여기에 세밀한 묘사까지 어디하나 부족함이 없는 궁중회화의 진수로 평가된다.
먼저 왕을 상징하는 일월오병도가 중앙 정면의 배경을 차지하고 있으며, 차일을 치고 다채로운 연향이 거행되고 있다. 또한 어전을 중심으로 문, 무관이 좌우로 위치하고 있어 궁중에서 펼쳐졌던 상황을 극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중앙에는 무용과 춤이 어우러져 흥겨운 장면을 연출한다.
이 회화에는 처용무와 향발무 등 2종의 궁중무가 극사실주의로 나타난다. 향발무 5명과 처용무 5명이 아정하고 장엄하게 춤사위를 풀어내고 있어 궁중에서 연행되었던 정재를 고스란히 부활시켜 놓았다.
그리고 궁중의 기록화답게 호위하는 군사와 악사 및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모습들이 실제와 흡사한데, 여기에 삼현육각이 등장한다. 피리 2, 해금 1, 대금 1, 장고 1, 북 1을 연주하는 악공들은 붉은 단령과 복두를 착용하고 있어 동시대의 궁중연희에서 베풀어졌던 음악문화를 이해하는데 귀한 자료가 된다. 여기에 홍주의를 입고 박을 치는 사람, 그리고 대고가 악사 앞에 있어 웅장한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모습 또한 장관이다.
이 유물은 평면도형 구성으로 건물이나, 장소, 인물의 모습에서 입체감이나 사실감이 최대한 배제된 채 행사의 공간과 장면을 펼쳐 보이고 있으며, 기록을 목적으로 하는 의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방에서는 드물게 궁중문화의 전모를 볼 수 있는 태평연도는 화려한 궁중음악은 물론 어전에서 전개됐던 내용을 매우 소상하고 방대하게 담아냄으로써 언어가 전달하지 못하는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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