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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도내 첫 인디 공연기획사 운영 정상현씨 "인디밴드 영토 확장 보여주겠다"

공연기회 제공·악기 대여 등 무대 설 기회 없는 밴드의 후견인 자처

▲ '레드제플린'을 운영하면서 도내 인디밴드계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정상현씨가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서울과 전북의 인디밴드들이 꾸미게 될 무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추성수기자

전주 고사동 일대가 전북 인디밴드의 '분만실'이 돼가고 있다. 쇠락한 구도심(전주 프리머스 극장 일대)에 인디밴드 공연장 겸 클럽'레드 제플린'이 고꾸라졌다가 2010년 재개업했고, 2009년 문을 연 'Deepinto'는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개방적 분위기의 클럽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2년밖에 안 된 '몽크'는 재즈 풍에 가까운 인디음악과 가벼운 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카페나 클럽이긴 해도 무대에 서고, 판매량이 시원찮아도 꼬박꼬박 앨범을 내는 인디밴드들의 실체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레드제플린'을 운영하면서 도내 인디밴드계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정상현씨(40)가 2002년 인디밴드 공연기획사'아트 스페이스 레드제플린'을 연 것도 이런 착잡한 심정에서 저지른 일이다.

 

'아트 스페이스 레드 제플린'은 가수를 만들고 키워내는 기획사가 아니라, 가뭄에 콩 나듯 의뢰해오는 인디밴드 공연을 기획·주선해주거나, 앨범 제작을 도와주는 인큐베이터에 가까운 곳. 서른이 넘으면서 밴드'크리에이션' 활동을 접은 그는 아이돌 댄스 가수와 수십 년 경력의 록밴드, 실험정신 강한 인디밴드가 대중의 사랑을 고르게 나눠 먹고 자라는 생태계가 없는 우리나라에선, 더구나 지방에선 "인디밴드로 살아간다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도 현재 악기를 판매하고 대여하는 '기타 플랜트' 등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밴드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악기를 빌려주는 일도 하고 있지만, 돈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게 문제.

 

"악기와 장비 모두 싣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아요. '비주류 음악'이라는 편견 때문에 음악이 돼도 '헐값'에 팔립니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인디밴드들이 전용 공연장 겸 클럽을 차리는 겁니다. 하지만 돈이 안 되니까, 그게 문제죠."

 

현재 전북에 있는 인디밴드는 '레이디스앤젠틀맨'(Ladies & Gentlemen),'휴먼스'(Humans),'크림'(Cryim) 등 10개 팀. 그는 "전북에는 '10cm'나 '장기하와 얼굴들' 등처럼 이러다할 인지도를 갖춘 팀은 아직 없지만, 발전 가능성을 믿는다"고 했다. 대개 음악학원 대표, 대학 강사, 회사원 등으로 밥벌이를 하면서 10년 이상을 이 바닥에서 버텨온 밴드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처음 기획한 콘서트'메이드 인 전주'로 서울 대구 부산 광주 등을 돌면서 전주의 인디음악을 알리게 된 그는 "다른 지역에 비해 딱히 '튀는' 음악은 없지만, 각자의 색깔과 느낌이 각각 다른 음반적 색깔을 완성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이들의 공연장에 40~50대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그는 "70~80년대 락이나 팝에 심취돼 있던 이들이 돈을 쓸 수 있는 나이가 되니까 뒤늦게 이곳을 찾는 것 같다"면서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을 고민해 인디가 어떻게 영토를 확장해나갈 수 있는 지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달에도 그는 또 한 차례 판을 벌였다. 전주국제영화제 기간(27일~5월3일)에 '레드제플린', 'Deepinto', '몽크'가 서울의 유명한 인디밴드들과 전북의 인디밴드들이 다양한 음악을 펼쳐놓는 무대를 마련하는 것. 1만원 짜리 티켓만 사면, 누구든지 이 세 곳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번 무대엔 최근 '나가수'에서 출연해 더 유명세를 탄 5인조 밴드'비갠 후'와 윤도현 밴드도 실력을 인정한 3인조 여성 밴드'러버더키' 등이 전주를 찾는다. 전북에서는 세련된 영국 락을 구사하는 '레이디스앤젠틀맨'과 잔잔한 모던락을 소화할 '휴먼스'(Human's), 락·힙합·일렉트로닉까지 두루 섭렵하는 '나인이얼즈'(9 Years) 등 실력파 밴드들이 대거 출사표를 냈다. 이들이 인디음악에 관한 편견을 깨고, 한국 대중음악의 굵은 줄기를 잇는 그 '무엇'이 돼주길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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