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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와 희망이 맞닿은 자리 '봄이 있었네'

최정아 시인 '봄날의 한 호흡'

 

'뒷문 밖엔 이마 서늘한 그늘이 산다 / 저 늙고 병든 짐승/ 윙윙 댓잎같이 날 선 바람을 / 사철 등에 업고 산다 / 한나절도 못되어 슬글슬금 뒷걸음쳐 / 구석까지 밀려나 바싹 엎드린다/('뒤뜰'에서)

 

최정아 시인의 두 번째 시집'봄날의 한 호흡'(문학의전당)을 관통하는 주제는 '허무'와 '희망'이다.

 

마경덕 시인은 저자의 이번 시집과 관련, 시의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따뜻한 봄날이었다가 서늘한 시의 체온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그것을 '자연'과 '동물'을 통해 끄집어낸다.

 

"'뒤뜰'에 사는 '그늘'이 늙고 병들다니, 그늘도 늙고 병이 드는가. 얼마나 오래 춥고 쓸쓸했으면 한나절도 못돼 슬금슬금 구석까지 밀려나 털 빠진 짐승처럼 엎드렸겠는가. 날 선 바람을 사철 등에 업고 얼마나 따스운 바깥을 그리워했겠는가?"

 

시인의 의식 속에 각인된 '그늘'이란, 눅눅하고 습한 곳이 아닌 '재생산'이 가능한 곳으로 마경덕 시인은 해석했다.

 

같은 맥락으로, '바겐세일'에서 할인의 기쁨 뒤에 숨은 소의 '죽음'을 떠올리고, '핸드백'이 되고 만 소의 울음이 반값이지만 시인은 그 반값의 기쁨에 머무르지 않고 짐승의 목숨값을 생각한다. 그리고 어두운 삶의 터널를 지나면서도 희망을 말한다.

 

역시 '주름치마'의 '접힌' 것에서 계단을 튀어나오게 하고, '상처'도 슬쩍 주름진 치마폭에 숨겨두며. 그곳에서 노을처럼 물들며 동화처럼 아름다움을 꾸게 한다. 과거라는 시간에서 현재의 시간으로, 더 나아가 미래의 시간으로 끌고 가는 힘이 최 시인의 역량이라고 마 시인은 평가했다.

 

'뒤뜰''애개똥풀꽃''둥근 집''위험한 노출'등 4부로 나누어 110편의 시가 수록됐다. 남원 출신으로, 200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와 2004년 '시선'으로 등단했다. '밤에도 강물은 흐른가'시집이 있다. 전주문학상, 시흥문학상(수필)을 수상했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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