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4월26일~5월4일)가 노린 나비 효과가 증명됐다. 여기엔 '공감 & 변화'를 슬로건으로 내건 전주영화제의 긍정적·부정적인 면 모두 해당된다.
국내·외 심사위원·감독들은 올해 유난히 악재가 많아 지쳤던 전주영화제에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며 '최고'라는 상찬을 내놓았다. 특히 사회 이슈를 적극적으로 다룬 상영작의 경우 대중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전주영화제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디지털 삼인삼색 2012'에 참여한 중국의 잉량 감독이 내놓은 정부의 비인간적 사법 과정을 고발한 〈아직 할 말이 남았지만〉은 중국 당국이 영화제에 저작권 100억을 제시하며 영화 상영 금지를 요청하고 압력을 행사해 파장을 일으켰고, 김재환 감독의 〈MB의 추억〉은 젊은 세대들의 정치적 참여에 강한 메시지를 던지며 한국영화 쇼케이스에서 최고의 화제작이 됐다.
반면 매년 영화제 곳곳에서 잘 활동해오던 자원봉사자 JIFF지기들이 올해 상대적으로 미숙한 점이 많았다. 또 일부 프로그램 변경이 공지되지 않거나, 상영 도중 자막이 잘리거나 소리가 나오지 않는 등 사고가 예년에 비해 빈번했다는 점도 영화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신경써야 할 대목으로 지적됐다.
△ 전 섹션 고른 매진…신설 섹션 관심 아쉬워
올해 전주영화제에 초청된 영화는 42개국 184편(장편 137편·단편 47편). 지난해 38개국 190편(장편 131편·단편 59편)에 비해 6편이 줄었으나,'비엔나 영화제 50주년 특별전','게스트 큐레이터','되찾은 시간' 등 3개의 새로운 섹션을 신설해 '자유·독립·소통'의 정신을 이어간 실험적인 영화들이 관객들과 교감했다.
올해 유료 관객수는 6만7144명으로 지난해 6만7095명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좌석 점유율과 매진 횟수가 각각 80.1%, 140회(지난해 86%, 179회)로 지난해 보다 다소 줄었다. 이는 일부 상영작 상영 횟수가 2회에서 3회로 늘어나 전체 극장 좌석수가 6287석이 증가한 데 기인한 결과로 예년과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다고 자평했다. 오히려 전주영화제는 유동 인구수가 지난해 38만 명에 비해 2만 명 더 늘어난 40만 명으로 추산했다.
특히 올해 한국영화가 전 섹션에 걸쳐 선전하면서 인기 섹션으로 떠오른 반면 신설 섹션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고 인기작 베스트 10(개·폐막작과 경쟁 부문 제외)의 1·2위(〈MB의 추억〉, 〈개들의 전쟁〉)가 한국영화 쇼케이스에서 나왔고, '시네마 스케이프'(〈관용의 집〉, 〈나나〉)와 '시네마 페스트'(〈나도 너처럼〉,〈르 타블로〉)'포커스'(〈새들의 노래〉, 〈영자의 전성시대〉) 등에 출품된 작품들이 인기작 반열에 고르게 올랐다.
△ 웹진'온감'신설 등 관객 맞춤 서비스 호평
올해 전주영화제는 상영작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영화제 홈페이지에 웹진'온감'을 신설해 호평을 받았다. 전주영화제는 비주류·낯선 영화를 상영하다 보니, 관람객 입장에선 영화를 잘못 선택하고 들어갔다가 졸고 나오는 일이 다반사. 이런 불상사(?)를 줄이기 위해 전주영화제는 개막 전부터 섭외된 영화평론가들이 영화를 직접 보고 쓴 리뷰를 올리도록 해 관람객들이 상영작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신경 썼다.
또한, 지프 라운지 내 다음 라운지(Daum Lounge)에서 '제2회 폰 필름 페스티벌' 본선 진출작을 감상하도록 했고, 다음 홈페이지에 스페셜 페이지와 모바일 메신저'마이피플'을 열어 상영시간표, 전체 상영작 정보 등을 제공했다. 지난해 전주영화제 평가 공청회에서 지적된 축제성 강화를 위해 올해 전주영화제는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33회 공연을 마련하고, 관객 파티를 확대시켜 3000여 명의 관객들이 몰리기도 했다. 반면 지난해와 비교해 관객과의 대화(GV)가 144회에서 125회로 줄어 진지하고 학구적인 전주영화제 마니아들의 즐거움이 다소 줄었다.
△ 생산하는 영화제 위상 강화
저예산·독립·예술 영화의 제작·유통·배급을 돕기 위한 제4회 전주 프로젝트 마켓(JPM)은 생산하는 영화제로 관심을 모았다. 영화 제작을 지원하기 위해 총 1억1000만원의 상금과 3000만원 상당의 현물 지원 등으로 대폭 확대 돼 영화 산업 관계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전주영화제가 영화진흥위원회와 해외 진출과 국내·외 배급을 위해 한국영화 신작을 상영하는'인더스트리 비디오 라이브러리'(필름 마켓 자료실)에서는 지난해 213편 보다는 출품작 수가 대폭 줄어든 156편이 선보였다. 전주영화제는 "영진위가 제작년도에 상관없이 한국영화들을 소개해왔다가 올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작되어온 신작들로 추리다 보니 작품 편수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우 감독의 〈지옥화〉, 장건재 감독의 〈잠 못 드는 밤〉, 박상훈 감독의 〈앙코르와트〉 등 한국경쟁 섹션에 관심이 집중됐고, 발레리 마사디앙 감독의 〈나나〉, 마에다 데츠 감독의 〈스키야키〉 등 '시네마 스케이프'와 '시네마 페스트' 등에 출품된 작품도 인기를 모았다.
△ JIFF지기 교육 강화돼야
전주영화제 프로그램은 올해도 훌륭했지만, 영화 상영 도중 빚어질 수 있는 사고가 예년에 비해 많아 JIFF지기와 스태프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외 모든 영화제가 부러워할 정도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준 JIFF지기는 전주영화제를 상징하는 또 다른 얼굴. 하지만 프로그램 전반에 관한 이해가 낮은 JIFF지기들이 관람객들에게 적절한 설명을 해주지 못한 데다 변경된 일정에 관한 공지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상영 도중 자막이 잘린다든가(〈파멸〉) 소리가 나오지 않는(〈낯선 곳에서의 2주〉) 등의 실수가 있었다. 전주영화제의 인기 프로그램인 '불면의 밤'을 찾았던 2층 관람객들은 일부 JIFF지기가 잘못 안내해 간식료를 따로 부담한 사람만 받는 서비스로 오인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 전주 이외 관람객 미흡
32곳 지역 상권과 연계해 전주영화제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10~50%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With Jiff'는 인기를 누린 반면 전주영화제가 코레일과 협약을 맺어 내놓은 1박2일 투어 프로그램'전주영화제, 한옥마을, 새만금 마실길 기차여행'은 실적이 없었다. 홍영주 전주영화제 사무국장은 "전주영화제를 찾는 젊은 관람객들의 문의는 쇄도했으나, 실제 영화제를 본 뒤 다른 지역까지 돌아보는 데에는 흡인력이 낮았던 것 같다"며, "내년에는 다른 프로그램을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주영화제가 전주고속버스터미널과 전주역에 한해 운영하고 있는 셔틀버스와 JIFF지기 안내 서비스 등을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확대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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