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자기 눈 찌른 300년 전 '기인 화가' 무주출신 최북…광기 어린 붓의 흔적을 찾아

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 '호생관 최북'

▲ 가을산수 秋景山水圖
한국의 반 고흐, 최북(1712~1786?). 화가에게 눈은 목숨과도 같은 것. 그러나 제 눈을 스스로 찌른 기인. 자신의 귀를 자른 고흐에 비할 바 아니다. 그는 붓 한자루에만 의지해 살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담아 호생관(毫生館)이라는 호를 붙인, 우리나라 최초의 전업 화가이기도 하다.

 

특히 최북은 자기가 그리고 싶을 때만 그리고, 그려주고 싶은 사람에게만 그려준 것으로 유명하다. 그림을 그려준 사람이 맘에 안 들어하면 받은 돈을 돌려주고 그림을 그 자리에서 찢어 버리곤 했다. 그의 작품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지독하고 유별난 '성깔' 때문이다.

 

당시 중인 계급의 미천한 출신이었지만 그림을 잘 그려 명성을 얻은 그는 메추라기를 잘 그려 '최 메추라기', 산수화에 뛰어나 '최산수(崔山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엄격한 신분제에 대한 반항심과 화가로서의 자존심, 술과 기행으로 빈한하고 쓸쓸한 말년을 맞았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곽동석)이 무주 출생인 최북 탄신 300주년을 맞아 기획한 최초의 특별전'호생관 최북'은 최북의 삶을 재조명하는 작품들을 3개의 주제로 구성한 의미 있는 전시다.

 

'거기재 :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신분제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시서화를 갖춘 독보적인 존재라 자처했던 예인의 자존심을 드러낸 작품이 선보인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한 '유곡후동도'는 초가 속 은자의 모습을 통해 풍류의식과 이상향을 드러낸다.

 

'호생관 : 붓으로 먹고 산다네'는 산수·화조·영모 등 다양한 장르의 화목을 능숙히 다뤘던 최북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자리. 애꾸가 된 뒤 전국을 유랑하면서 자신을 천대하는 세상을 원망하며 술에 취해 지낸 그가 조선의 명승지를 유랑하면서 남긴 '표훈사' 등이 바로 여기에 있다.

 

'화폭에 내 마음을 비추다'에서는 유명한 시구를 그림으로 표현한 시의도를 엿볼 수 있다. 당대의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면서 시류에 편승하기를 거부한 예술가의 내적 갈등을 자연과 벗 삼아 안빈낙도로 승화시킨 작품들이다.

 

곽동석 관장은 "이번 특별전은 '전북의 역사 문물전 - 무주'편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번 특별전을 통해 자유로운 영혼의 화가 최북의 예술세계와 작품은 물론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북 탄신 300주년 특별전'호생관 최북'=6월 17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이화정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국회·정당연말 정국 혼란⋯"전북 예산 감액 우려"

국회·정당자치단체 에너지분권 경쟁 '과열'⋯전북도 움직임 '미미'

정치일반전북-강원, 상생협력 강화…“특별자치도 성공 함께 만든다”

정치일반새만금, 아시아 관광·MICE 중심지로 도약한다

자치·의회전북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북자치도 및 도교육청 예산안 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