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JTV 전주방송의 '노래를 잘하는 방법'이 화제다. 이름 사이에 '투더'를 넣어 리듬감 있게 연습해보라는 등의 핵심 비법이 귀에 쏙쏙 박힌다.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신호 대기를 하다가 혹은 집에서 가사 일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따라하는 이들이 상당수.'위풍당당, 숨은 문화일꾼'의 두번째 주인공은 래퍼 우타우(30·본명 임형삼)씨다. 우타우는 일본어로 노래하다란 뜻.
도내 각종 축제와 행사장에서 우타우란 이름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한국 래퍼들이 거의 20대까지만 활동하고 그만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는 수명은 보기 드물게 길다. 세월로 농익은 래퍼을 예우해주는 유럽과 다른 국내에서, 그것도 국악이 강세인 전북에서 10년 넘게 유일한 래퍼로 버텨왔다는 게 놀랍다.
"고등학교 때는 밴드 활동을 했어요. 다른 악기는 아무리 연습해도 잘 안되는데, 랩은 쉽게 되더라구요. 랩이 한창 유행하던 2000년대 다른 밴드의 랩을 해주면서 활동하게 됐죠. 그때만 해도 랩을 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신기한 취급을 받았어요."
그러나 랩이 삐딱한 모자와 힙합 바지를 입은 이들이 껄렁껄렁하게 하는 딴따라 음악이라고 오해 마시라. 판소리가 양반 사회를 조롱한 한국의 민중 음악이라면, 랩은 변방의 뒷골목에 있었던 흑인들을 대변해온 도도한 변설이다. 사소한 일상과 미세한 감정의 편린까지 이야기로 직설적으로 토로하는 게 특징.
"랩은 배우지 않아도 30~40번 반복해서 듣고 따라하다 보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다만 자신감이 우선돼야죠. 랩을 얼마나 잘하느냐는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얼마나 풀어낼 수 있느냐거든요."
문제는 랩을 하고 싶어도 무대가 가뭄에 콩 나듯 있다는 것. 젊을 땐 밥벌이를 따로 하면서 활동하던 래퍼들도 30대에 접어들면 안정된 직장을 찾아 떠나다 보니, 특히 지역은 래퍼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이야기할 모임조차 없을 만큼 척박한 곳이 됐다. 래퍼들의 '정보통'으로 통하는 그가 2006년 10명 남짓한 지역의 래퍼들을 불러 모아 신나는 판을 감행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누군가 멋진 공연을 하면, 서로 자극을 받잖아요. 당시 지역의 래퍼들이 함께 하는 무대는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 됐어요. 뭔가 해냈다는 자부심이 가장 컸습니다."
지난 10년 넘게 래퍼로 활동한 덕분에 '우타우'라는 이름을 알아보는 이들은 많아졌지만, 그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래퍼 우타우'만의 음악을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된 것도 2010년 뒤늦게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부터. 그의 랩이 다양한 무대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공연을 기획하는 일에 욕심을 내고 있다. 지난달 김용택 시인과 함께하는 국악 칸타타'그 강에 가고 싶다, 섬진강'에 등장해 섬진강의 그리움을 속사포 랩으로 쏟아내 주목을 끌었던 것처럼, 다양한 시도를 접목시키고 싶다.
"랩의 리듬감은 시의 운율과 비슷해요. 다만 랩은 말도 안 되는 말을 만들어 끼워 넣고, 영어도 군데군데 넣어 파격을 준다는 게 다르죠. (원광대) 문예창작학과를 다니면서 시를 가까이 할 수 있었던 환경이 여러 모로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
10년 뒤에도 랩은 젊은 세대들의 전유물로 간주될까. 속도의 복마전에서 벗어나 더 유연해진 40대 래퍼 우타우를 볼 수 있다면 어떨까. 비록 메가 히트는 안 되더라도 인생의 관록에서 우러나온 랩은 또 다른 절창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40대 래퍼 우타우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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