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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동냥으로 풍물 배운 주민들, 무대 주인공으로

임실필봉농악보존회, 옛 필봉마을 소재로 '웰컴 투 중벵이골' 공연

▲ '웰컴 투 중벵이골' 공연.
"기냥 이번 참에 야물딱지게 쳐부쇼. 옛 말에 굿 끝난 다음에 장고 친다는 말이 있어. 판이 한 번 시작되믄, 그 판은 인자 끝난 거여. 잘 허든 못 허든 그 판은 다시는 오지 않응게. 낙관불입! 긍게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지."

 

"암만."

 

그러나 이렇게 한바탕 재미지게 놀아진 굿판이 끝나면 상쇠 아내의 쇠 울음은 시작된다. 쇠에 미친 상쇠의 풍물유랑 덕분에 먹고 살 길 팍팍한 아내는 속 편할 날이 없다. 푸진 굿 뒤에 남은 것은 고단한 상쇠의 삶.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임실필봉농악보존회(회장 양진성)가 주관하는 한옥 활용 야간 상설 공연'웰컴 투 중벵이골'(총감독 양진성·연출 정진권)은 임실 필봉 상쇠를 통해 본 이 시대의 상쇠 이야기다. 중벵이골(필봉마을의 옛 이름)에서 임실 풍물굿을 복원·전승시킨 故 양순용 선생(1941∼1995)의 삶이 녹아든, 푸진 그러나 허기진 판을 그렸다.

 

어렸을 적부터 귀동냥하며 풍물 가락을 듣고 자란 주민들은 저절로 흥을 탈 줄 안다. 전문 굿쟁이들이 뜨겁게 달구는 신명도 좋지만, 목청 좋은 어르신과 입담 좋은 치배들의 삶이 녹아든 푸진 판은 색다른 즐거움. 이야기를 끌어가는 상쇠와 월곡댁, 왕박골댁, 배실아제 외에 주민들이 깜짝 출연하는 동네 '할배'와 '아제'들의 입말이 재미를 더할 듯.

 

대본을 쓴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기획연구실장은 "전문 배우들이 아니기 때문에 첫 공연은 대사를 소화하는 것도 버거워할 수 있으나, 공연이 거듭되면 자신들의 인생 이야기가 끝간 데 없이 나올 것"이라면서 "때문에 이번 공연은 완결된 대본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무대는 '춤추는 상쇠','바람꽃 상쇠','꽃 피는 상쇠'로 구성된다. 숨은 관전 포인트는 바가지 긁던 아내가 쑤시빗자락을 들고 비질하는 춤사위. "남편한테 달려드는 나쁜 것들을 싹싹 야물게 씰어내는" 아낙들의 무질서한 춤은 웃음꽃을 피워낸다.

 

감칠맛 나는 이번 공연에는 김용택 섬진강 시인의 학교 답사와 풍물·난타 체험, 천연염색·한지공예·치즈 만들기까지 곁들여지는 1박2일 여행 코스. 전북도와 임실군이 주최한 이번 공연과 체험은 무료로 제공된다. (단, 숙박료는 제외)

 

△ 창작 음악극'웰컴 투 중벵이골' = 12일~9월22일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임실 필봉문화촌. 문의 063)643-1902.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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