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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총선의 논공행상

엄철호 익산본부장

춘추시대 진나라 문공은 오랜 유랑 끝에 귀국하여 즉위한 후 논공행상을 했다.

 

함께 망명을 했던 사람이나 자금을 제공한 이들에게 토지를 내리고 심지어 귀국을 환영한 자 등 일반인에게까지 상을 주었다. 그럼에도 문공은 혹여 상을 받아야 함에도 빠진 이가 있을까 염려해 신고하라고 포고까지 했다.

 

그런데 망명을 함께 했던 개자추라는 충신이 이 논공행상에 빠져 있었다. 개자추는 문공이 귀국한 후에 병이 나 집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공을 자랑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겨, 벼슬을 하려 하지 않고 모친을 모시고 청빈하게 사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의 모친이 "너는 굶주린 문공에게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바칠 만큼의 공로가 있는데, 왜 그 공을 자랑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개자추는 웃으며 "뭘 바라고 충의를 다한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사람들이 하늘의 공마저 자신의 공으로 삼으려는 것은 도둑질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이다"며 모친과 함께 산속 깊숙이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나중에야 이를 알게 된 문공은 개자추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애썼으나 산속에 들어간 개자추는 이를 듣지 않았다.

 

결국 그를 산에서 나오게 하려고 불까지 놓았지만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마침내 불에 타 죽고 말았다. 문공은 이를 슬피 여겨 개자추가 불에 타 죽은 날 제사 지내고 그날 만큼은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을 먹게 했다고 한다. 바로 한식(寒食)의 유래이기도 하다.

 

민주통합당 익산 A 지역위원회에서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바로 총선 논공행상이다.국회의원 보좌진 구성 및 당직자 인선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등 수상쩍은 소문들이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자격도 능력도 없는 사람을 친인척이나 지인 등의 부탁 때문에, 선거시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기용해서는 곤란하다. 특히나 선거의 전리품쯤으로 여기는 몇몇의 정치 브로커들에 의한 나눠먹기식 인사를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그럼에도 해바라기처럼 권력을 좇아 얼쩡거렸던 과거의 인물들이, 함량미달인 범죄 경력 소유자들의 이름까지 오르내리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만큼 선거에서 빚진 주변의 논공행상에서 초연할 수 없겠지만 지역 민심 등 적어도 최소한의 검증 절차를 거쳐 상식에 어긋난 어처구니 없는 발탁 인사를 해서는 안된다.즉,논공행상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하라는 이야기다.

 

역사적으로도 논공행상이 공정하지 못하면 서로 간의 신뢰가 떨어지고 암투를 싹트게 하여 큰 분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잘못된 논공행상이 엄청난 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반드시 가슴 속 깊이 새겨라. 수많은 유권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늘상 명심하라는 얘기다.

 

아무쪼록 하늘의 공까지도 탐내는 세태를 탄식하며 산속으로 들어간 개자추를 새삼 떠올리게 하는 오늘날의 익산 정치 현주소를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고사성어에 나오는 공자의 인사원칙을 다시한번 던져본다.

 

'거직조저왕 즉민복(擧直措儲枉 則民服), 거왕조저직 즉민불복(擧枉措儲直 則民不服)'

 

정직한 사람을 들어 쓰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따르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들어 쓰고 정직한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사가 망사(亡事)가 아니라 만사(萬事)가 되기 위해서 수백 년 전 공자가 제시한 인사원칙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보는것이 어떨까.

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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