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군장대 부설 학창교육연구소장 교수
한국교육사학회 이사이기도 한 이 소장은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45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교육사학회(회장 이윤미 홍익대 교수) 2012년도 춘계학술대회'를 '창조교육의 한국교육사적 인식'이라는 주제로 부안 채석강 리조트에서 개최했다.
국내 교육사학 권위자 70여명이 참석한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한국 교육의 역사와 동양의 경전에서 인간의 창조성을 교육적 관점에서 논의하는 새로운 지평을 마련해 창조교육을 전인교육의 화두로 던진 이용길 학창교육연구소장을 만났다.
△ 이번 학술대회를 '창조교육의 한국교육사적 인식' 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까닭 무엇입니까?
-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외형적으로는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지만,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사람으로서 인격을 완성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창조해가는 일이죠.
우리 문화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 온 것은 순전히 교육에 의해 미래 가치를 창조하고 그것을 전승·보전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을 교육적으로 조명해 미래의 우리 교육의 발전을 위한 주춧돌로 만들어 보자는데 그 의미를 두었습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되고 논의된 내용은 불교분야, 신라시대의 지성(知性)사, 유학의 핵심 교과인 '대학(大學)'에서의 창조성, 현대 한국교육에서 창조교육의 형성 등입니다. 종교적인 입장이나 사상적 견해, 시대적 배경의 특성에 따라 다른 교육적 논지들이 발표되고 토론됐지만, 결국 공통적인 교육사적 맥락은 창조성을 발휘하는 인간의 마음에 의해 수양이 이루어지고, 지적 성장과 사람의 교화가 이루어지는 창조적 인간교육이었습니다.
즉 시대·사상에 따라 교육의 이념, 목적, 방법이 다르더라도 궁극적인 본질은 인간이 갖는 창조성의 교육적 작용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으며, 미래의 교육적 화두 또한 창조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동양사상과 창조교육의 연관성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 '중용(中庸)'의 '성(誠)' 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용 사상이 내포하고 있는 '성(誠)'은 교육에 의해 완성된 인격체를 말합니다. 사람이 가지고 태어난 자연적인 순수한 상태의 마음은 양심입니다. 가르침에 의해 양심을 다하게 하면 '성(誠)'에 이르게 된다고 중용은 말하고 있습니다.
양심을 다하는 것은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로 최선을 다하면 스스로 인격이 이루어지고 가치를 이루는 창조성이 발휘되는 것입니다. 창조교육이 지향하는 바가 인간의 창조적인 능력을 개발해 개인의 가치를 이루어 인격을 완성하고, 문화가치를 이루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다하여 '성(誠)'에 이르는 과정자체가 창조교육과 다름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가치가 완성된 창조의 상태가 중용에서 말하는 '성(誠)'에 이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창의성'을 핵심으로 하는 교육정책과 학창교육연구소가 주창하는'창조성'과 차이가 있습니까?
- '창의성'은 '창조성'의 범주 안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교육에서 창의성에 대한 견해는 인지적 사고의 요인, 문제해결과정, 또는 성격특성으로 설명돼 인간의 능력이 복잡하게 얽힌 고등정신능력 정도로만 인식돼 왔습니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창조적 능력을 개발하는 것으로 귀결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학계에서 묵시적으로 동의가 이루지면서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한 교육당국 정책들도 '창의성'을 화두로 하는 교육정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창의성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책적 의제만 있을 뿐, 교육의 목표나 이에 따른 사회적 선도의 방향이 오리무중 상태입니다. 특히 창의성이라는 기능적 이름을 빌린 경영적 개념을 흉내내는 것에 그치면서 일선 교육현장은 학교폭력, 교권의 실추, 학생인권조례 등의 파동을 겪고 있습니다.
창조성은 인간이 교육적 자아의 입장에서 인격을 형성하는 것을 본질로 합니다. 그래서 창조성은 인간의 어떤 특정한 분야의 기능적 능력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본성입니다. 창조교육은 인간의 본성을 유효하게 개발하고 발전시켜 전인적 능력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이 학창 이종록 박사가 주창한 전인적 관점의 창조교육이며, 우리 학창교육연구소에서 다루는 창조성입니다.
△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학교폭력에 대해 근본적인 교육적 해결책을 제시하신다면?
-.학교폭력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면 자본주의 사회의 병리 현상중의 하나입니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제적 풍요에 의한 자본주의 경제체제 양극화 현상은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시켰고, 이러한 가정경제의 심리적 배경이 학교 교실사회로 투영돼, 있는 자의 우월감과 없는 자의 박탈감이 청소년기 공격적 충동을 제어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교육도 자본주의 성과 논리처럼 입시중심의 기능적 방편의 교육에 중점을 두다 보니 입시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부모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이 좌절감과 희망을 잃으면서 학교폭력이 양산되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교사나, 학부모의 기대치에 맞추면 학생이나 자녀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일 뿐입니다. 교사나 학부모가 원하는 기대치를 학생이나 자녀에게 강요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풍토가 문제입니다.
학생들의 꿈과 희망은 그들이 갖는 창조성입니다. 학교폭력을 비롯한 교육적 현안문제들은 학생과 자녀들이 갖는 꿈과 희망의 가치를 창조하는 인간의 창조성 개발 교육을 통해 풀어가야 합니다.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존중해 주고 그들의 관심과 의욕을 조장해 주면 청소년기의 공격적 충동은 열정으로 바뀌어 스스로 생각하고 그 가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과 자발성을 갖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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