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민심을 얻지 못하고 대통령 되기가 쉽지 않다는 통계가 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과 2002년 당시 이회창 후보는 호남에서 각각 3.3%, 4.8%의 득표에 그쳤다. 그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때 8.9%에 올라섰다. 호남 민심이 수도권 표심의 상당부분을 견인한다고 볼 때 시사점이 적지 않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요즘 지역 나들이도 그 추진력을 호남으로부터 끌어내려는 절박감 때문일 것이다.
이해찬 대표와 손학규 상임고문은 지난달 13일과 18일 첫 방문지로 광주를 택했다. 문재인 상임고문도 출마 선언 후 첫 방문지역으로 역시 호남을 찾았다. 20일 광주에 들른 그는 "광주·전남 시·도민들에게 가장 적임자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도 언론에서 "호남을 얻는 후보가 결국 야권의 대선주자가 될 것"이라며 선거에서 호남의 높은 비중을 확인했다. 광주·전남이 이처럼 호남의 간판으로 전략적 선택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북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선거만 하면 전북에서 거의 절대적인 표가 나왔다. 적어도 그때는 그걸 이해해 주려는 사람이 많았다. 소위 호남차별에 대한 저항으로 일종의 자위권 행사쯤으로 치부해 줬다. 차별로부터 오는 피해를 막기 위한 결속으로 봐 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성격이 다르다. 스스로 차별을 선택해 기득권을 지켰던 인식이 달라졌다. 지역 대립을 들쑤시며 지지층을 볼모로 삼아온 기존 정치에 식상한 유권자들은 새로운 정치질서를 찾고 있다. 실제로 제11,12,14대 국회 때 황인성 양창식과 15대 국회에서 강현욱을 입성시켰다. 4·11총선에서는 통합진보당과 무소속에 2석을 내주었고,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36%를 득표하며 기염(氣焰)을 올렸다.
이러한 민심기류의 변화는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이를 망각하고 '안심 모드'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 민주당은 정권을 잡은 뒤에도 탈(脫)호남·전국정당을 외치며 오랜 지지자를 홀대했다. 호남을 얘기할 때는 전북을 배제했다. 그리고 또 다른 정국을 맞고 있다. 지금 많은 전북인들은 이 나라의 제1야당에 질문을 던진다. 현 정권을 심판하여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하는데 민주당이 보여줄 '새 나라'는 어떤 모습인가. 전북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하려는가. 이 지역이 감동할 수 있는 정책대안들을 제시해야 한다.
전북에 대한 차별과 소외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그 이후의 일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그렇게까지 악화되지 않도록 민주당의 분발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지역문제에 소홀한 도내 정치권에도 경종이 되고 있다. 전북을 따돌리고 호남을 끌고 가는 모습으로는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이를 돕기 위해 민주당 지도부의 자세가 변해야 한다. 말뿐인 껴안기, 겉모습만의 포장이 언제까지 통할지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전북은 더 이상 호남의 변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싸늘해진 민심을 되돌리려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결단이 필요하다. 몸을 낮추고, 몸을 던져야 한다. 정치공학이나 기교로 재미를 보던 시절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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