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악보 가야금 율보·전주의 풍류음악 잘 살필 수 있어
음악사학자 권도희는 이 책의 편제를 세부분으로 나누고 첫째 예서부분, 둘째 조선 음악 및 관련된 음악론을 정리한 부분, 셋째 풍류 실제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됐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덧붙여서 이 책이 20세기 전반기의 전주 풍류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로 가장 유력하다고 서술했다.
특히 이 책은 고악보의 가야금 율보로 근대 전북음악사를 살필 수 있어 사료적 가치 또한 높다. 전주의 풍류가 정교한 악보집의 편찬이 가능할 만큼 발전되어 있었음을 확인해 준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율객이었던 저자가 동시대의 전주 풍류음악을 세부적으로 서술해 풍류문화의 선명도도 높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전주에서 살고 있었던 풍류객이 의식적으로 자신이 향유했던 풍류를 서울의 풍류와 구별하고 있음이 잘 드러난다.
더 나아가 이 책은 전주의 풍류공간이 다른 호남지역의 경우와 달리 풍류와 창우집단의 음악이 공존하는 공간이 아니라 풍류를 중심으로 타 음악에 대한 배타적이었으며 보수적이었던 경향까지도 알려준다. 이러한 보수성을 통해 저자는 산조와 같은 새로운 갈래의 수용이나 과거 하층 계급의 음악가에게 풍류방을 개방함으로써 당대의 음악적 요구를 수용하는데 장애가 되었다고 관측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악서정해의 특징은 20세기 전반기에 서울이 아닌 특정 지역의 음악에 전승된 풍류음악의 흐름과 악보가 상당히 부족한 상황에서 전주 풍류의 모습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앞서 열거했지만 악서정해에서 저자는 정악만이 우리음악으로 보고 있다. 이는 산조와 같은 민속악적 음악에 반론이 되지만 정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치열했던 정신세계는 새겨놓고 있다. 이는 호남풍류를 풍류의 정통으로 삼고 있는 저자의 태도에서도 확연해진다. 특히 저자는 도덕적, 교화론적 입장에서 잡음으로 판정된 음악에 배타적으로 반응한 것도 서술하고 있다. 이는 당대 지식인들이 정악을 중심으로 풍류에 집착하고 민속악 등의 광대음악에는 상당히 거리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따라서 『악서정해』는 20세기 초반 전주의 풍류음악을 고스란히 부활시켜놓을 뿐 아니라 당대 지식인들이 음악적 편향성도 동시에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다. 그래서 풍류라는 선율의 동일성이 갖는 예술성도 연주자에 시각과 연주력에 의해 얼마든지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준다.
/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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