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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24년 일기, 동아시아 근대화를 보다

전북대 SSK개인기록연구실 '창평일기' 발간 / 임실 농민 故 최내우씨 삶의 기록…지역 현대사 중요한 자료

▲ 창평일기
▲ 30대의 최내우씨와 부인.

임실군 신평면 출신 고 최내우씨(崔乃宇, 1923~1994)는 1969년부터 1994년까지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신의 생활을 일기에 꼼꼼하게 적었다. 24년에 걸쳐 기록된 최씨의 일기에는 농촌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영농활동, 그리고 사회적 관계 전반에 관한 내용들이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이 일기는 곧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농촌사회의 변화상을 묘사한 역사적 기록인 동시에 농민의 생활상의 변화를 담은 삶의 기록이다.

 

최씨는 또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삶을 회고한 '월파유고'를 남겼다. 이 회고록에는 일제 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시기를 거치면서 마을 공동체가 겪은 갈등과 화해, 해체와 변화의 과정을 담았다.

 

개인기록을 통한 지역현대사의 재구성'을 연구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전북대학교 쌀·삶·문명연구소 SSK개인기록연구실(책임연구원 이정덕 교수)이 최씨의 일기와 회고록을 모아'창평일기' 1, 2권으로 출간했다(도서출판 지식과 교양).

 

SSK개인기록연구실은 지금까지 주로 공식기록에 의존해 온 역사와 사회연구의 범위를 넘어서기 위한 일환으로 일기나 회고록, 사진, 메모 등 개인기록을 통해 동아시아의 압축적 근대성의 특징을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1920년대부터 1980년까지의 전북 현대사를 미시적 관점으로 기록한 '창평일기'가 이 점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 현대사 자료라는 게 연구실의 평가다.

 

이 책에서는 특히 1970년대 국가의 근대화 프로젝트와 농촌 개발이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추진되었는지, 이로 인해 농촌사회의 조직과 농촌경제가 어떻게 변모하게 되는지, 그리고 농촌 가족과 농민 개인이 어떻게 근대화되고 근대적 의식을 내면화해 가는지를 짧은 글 속에 잘 묘사됐다.

 

한 농민이 표준어와 방언, 오자와 탈자, 일본식 외래어와 새로운 미국식 외래어를 섞어가며 적은 현대사의 기록인 '창평일기'는 한국사회의 역사적 사실뿐 아니라 당시 농촌사회의 공동체적 유대와 주민들의 토속적 삶에 관한 기억들을 하나하나 불러내 주는 재미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는 게 연구소측의 설명이다.

 

이정덕 교수는 " '창평일기'의 출간은 개인, 지역, 국가, 문명 수준의 압축적 근대화로 분석을 확장해나가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며, 2차년도 작업에서는 압축적 근대화를 키워드로, 개인기록에 나타난 국가 주도의 근대화가 개인과 마을 단위의 수준에서 수용되는 과정을 국내 지역간 비교 연구를 통해 규명할 예정이다"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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