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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제작자 배효상 대표 - 상상력 하나로 아이들 맘 속에 꿈 '쏙쏙'

5분짜리 12개 엮은 3D 애니 '수빈 스토리' 만들어 / 영상물 통한 아이들 인성교육 위해 3년 작업 결실

▲ "짠!" '올빼미 하우스' 배효상 대표가 활짝 웃으며 3D 애니메이션 '수빈 스토리' 주인공들을 소개하고 있다. 배효상 대표 사진에 캐릭터들을 합성한 것이다. ········· 추성수기자 chss78@
지난 23일 전주영화제작소 내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배효상 올빼미 하우스 대표(38)는 빨간 토끼 눈이었다. 밤새 일하느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8년 전 처음 컴퓨터 그래픽 회사를 차릴 때만 해도 밤을 꼴딱 새는 걸 밥 먹듯이 했다. 회사 이름을 '올빼미 하우스'로 붙인 것도 직업상 야근이 많은 탓이었다.

 

'올빼미 하우스'가 3년 만에 내놓은 3D 애니메이션'수빈 스토리'는 그렇게 탄생됐다.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사업을 하면서도 지역에서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내놓고 싶었던 그가 두 아이 아빠가 되면서 애니메이션으로 눈을 돌린 것. 흥행은 거뒀으나 일부 장면이 지나치게 폭력적인 애니메이션 등을 보면서 아이들의 정서에 도움이 되는 만듦새에 대한 아쉬움이 애니메이션 제작자로 거듭나게 했다.

 

"초반엔 전주정보영상진흥원의 스타 프로젝트에 선정 돼 2편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것만으론 사업성이 없더라구요.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면서 남는 시간을 쪼개 작업하다 보니 3년이나 걸렸습니다."

 

딸 수빈이의 이름을 따서 만든 '수빈 스토리'는 5분짜리 영상 12편이 모아진 3D 애니메이션. 주인공은 천방지축 '수빈이'와 '개구리 왕눈이'가 연상되는 욕심 많은 장난꾸러기'프롱','장화 신은 고양이'를 본 땄으나 다감한 '아롱이', 착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퍼피멍', '쿵푸팬더'를 연상시키는 '타오밍'까지 일부러 눈에 익은 친근한 캐릭터로 콘셉트를 잡았다. 초록마을에 사는 수빈이와 친구들이 청소하고 쿠키를 만드는 왁자지껄한 소동을 60분 간 매끄럽게 꿰맨 이 작품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등과 같은 교훈적 메시지를 은근슬쩍, 거부감 없이 던진다.

 

그러나 "3차원 공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3D 도구로 그린 작품에 가깝다"는 배 대표 말처럼 평면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근원적 한계는 어쩔 수가 없다. 다만 지역에서 제작됐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세련된 캐릭터와 성인이 보더라도 지루하게 느끼지 않을 소소한 즐거움을 안기는 이야기 등이 잘 맞물린 편.

 

지난 6월 DVD 개발이 끝난 '수빈 스토리'를 처음으로 즐긴 이는 딸 수빈이(7)가 아닌 아들 승빈이(4)다. 4살이었던 딸은 그새 다 커버렸고, 아들이 대신 60분 간 화면을 뚫어져라 봐준 덕분에 아빠는 자신감을 찾았다. 현재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투브'(kr.youtube.com)에 시연판을 올린 결과 2만 건이 조회됐고, 스마트폰 앱으로 일부를 무료 공개하면서 체험단을 선착순으로 250명 온라인 모집(cafe.daum.net/subin-story) 중이다.

 

지역에 애니메이션 성우가 없어 서울에서 목소리를 빌린 것을 제외하면, '수빈 스토리'는 몇 안 되는 직원들의 피땀으로 거의 100% 전주에서 제작된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값진 성공이다. 제작사의 패기가 빚어낸 이 작품은 번뜩이는 창의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교감하며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뛰어난 성취도를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데, 돈이 없어" "우리 회사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곳이 없어"라고 투덜대는 제작자들을 위한 일종의 카운터펀치. 비로소 '영화·영상의 도시, 전주'라는 수식어에서 늘 제외 돼 아쉬움이 컸던 애니메이션계에 돈 보다는 상상력으로 승부를 건 작품이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줬다. 그러므로 돈이 없다고 투덜거리기 전에, 일단 찍기 시작할 것. 물론 아이들의 관심사에 대한 냉정한 판단은 필수다. 이들이 지난 3년 간 쏟아 부은 5억은 분명 적은 돈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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