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코디네이터 추진 중 문화복지매개인력 추가 개념 혼선·허술한 추진 등 곳곳 문제점 노출 지적 열악한 처우 개선·재교육 전담 조직 필요 목소리
시민들이 문화 향유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코디네이터 개념이 없었을 무렵, 그 역할을 자처했던 게 '문화공간 싹'이다. 문화공간 싹은 문화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문화를 즐기고 공동체 문화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작된 '문화복지'는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구체화됐다. 그간의 논란을 정리하면 '문화복지'는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북도는 올해 '삶의 질'을 내건 '보편적 문화복지'에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서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인력인 '문화코디네이터'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문화코디네이터 도입에 적극적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련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와의 힘 겨루기에 실패하면서 문화바우처 지원을 위한 '문화복지매개인력' 사업으로 변질됐다. 결국 성과주의에 연연한 정부와 지자체가 문화복지매개인력 사업은 물론 문화코디네이터 사업을 성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진통을 겪고 있다.
△ 문화복지매개인력·문화코디네이터 추진 허술
정부의 '보편적 문화복지'와 정책적 방향을 함께한 전북도는 생활문화예술동호회 활성화를 역점사업으로 제시했다. 시민들이 문화향유의 주체가 되도록 동호회 활성화를 구체적인 목표를 잡았던 것. 여기에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새로운 이벤트로 '생활문화예술동호회 페스티벌'까지 제안되면서 문화코디네이터 사업과 문화복지매개인력 사업이 동시에 추진됐다.
지역 문화계는 본래 문화코디네이터를 14개 시·군 주민들이 문화 생산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전문인력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문화복지매개인력이 추가되면서 개념의 혼선이 생겼다.
도는 지난 2월 생활문화예술동호회 활성화를 위한 TFT를 통해 문화복지매개인력은 문화바우처와 연계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사업 인력으로 개념정리를 했다. 문화코디네이터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생활문화예술동호회를 활성화하는 매개인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문화코디네이터가 생활문화공간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기획하고 중개해야 할 본연의 역할이 지극히 제한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도가 2개월 만에 730개 단체(1만3000여 명)를 가입시켜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나 그것마저도 허술해 문화코디네이터들이 관련 DB를 재구축하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주민들이 주도하는 문화예술활동에 주안점을 뒀던 이 사업이 관 주도의 성과내기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열악한 처우로 전문인력 확보 어렵고 재교육 필요성 높아
현재 도가 지원하는 문화복지매개인력 20명, 문화코디네이터는 14명이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이 시민들에게 문화활동을 매개해주는 중요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처우는 열악하다.
특히 문화복지매개인력의 경우 월급이 120만원에 불과해 선발된 20명 중 9명이 중도 포기했다. 도는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 신청한 이들이 많아 무주·장수 등과 같이 농어촌 지역에 배치하다 보니 포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역으로 열악한 처우를 감내할 전문인력이 많지 않다는 현실을 확인한 셈이다. 더구나 문화복지매개인력의 경우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발굴하기 위한 출장비조차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일부 인력의 경우 발이 묶인 데다, 군청에 파견되다 보니 각종 잡무만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코디네이터 역시 마찬가지.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부터 전 문화의집 관장에 이르기까지 경험이 천차만별인 인력들이 선발 돼 단 두 번의 교육을 받는 데 그쳤다. 도는 총괄 조직으로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네트워크를 발족시켰다고 했으나, 이는 각 시·군 동호회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조직일 뿐이고 이들이 정작 필요로 하는 재교육 등을 지원하는 조직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문화복지매개인력·문화코디네이터 사업을 내실있게 추진하려면 역할 분담과 재교육을 위한 전담 조직을 마련하고 이들의 처우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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