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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호박전 - 비오는 날 막걸리와 '찰떡궁합'

단백질·식이섬유 등 함유 / 위점막 보호기능도 뛰어나

 

여름 끝자락에서 날마다 소낙비가 내린다. 이런 날이 지속되면 고추말리는 작업이 여간 어렵다. 이른 새벽부터 옆집 서울할머니 손수레 소리가 요란하다. 새벽녘인데 어딜 가실까? 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다. 며칠 전에 따온 고추를 비닐하우스에 말려 놓으셨다. 오늘도 비가 내려 말리는 작업이 어렵다고 판단하셨나 보다. 그래서 일산 할머니집 고추건조기에 넣으려고 서두른 모양이다.

 

남원 상신마을로 이사 온지가 벌써 4년 째다. 이젠 경운기·자동차·오토바이 소리를 듣고도 어르신들께서 어느 밭으로, 뭘 하러 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요즘은 김장 배추를 심기 위해 밭을 간다. 붓당골밭에는 남실 할아버지 경운기 소리가 요란하고, 젯당골밭에서도 부녀회장님께서 밭을 갈고 계신다. 처서가 지나면 김장배추를 심기 위해 바삐 서두르는 것이다

 

산동 할머니께서 비를 패해 정자에 앉아 계신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셨다. 남실 할머니께서 소낙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며 "세월은 못 이겨"하시며 그 뜨거웠던 한 여름 땡볕도 힘없이 가벼렸고 "세월 이길 장사는 없어"하신다. 올 여름도 어르신께서는 큰 어려움 없이 농사일을 잘 하셨다. 추수까지 무난하게 농사일을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올 여름에는 계동할머니께서 기운이 없어 편찮으셨다. 가까운 이웃사촌들은 밥이 보약이라며 제철에 나는 푸성귀들로 밥상을 차려 식사를 함께 했다. 제철음식이 계동 할머니께 보약이 되었나 보다. 며칠간 함께 식사를 했는데 기운을 차리셨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께서는 한 여름 땡볕을 조심해야 한다.

 

새벽녘부터 바삐 움직이던 서울할머니께서 호박 서너 덩어리를 들고 오셨다. 산동할머니는 "뭘 그렇게 많이 들고와"하신다. "상신마을 사람들 다 모였는디, 호박전이나 부쳐 먹자" 하신다. "장마에 무럭무럭 키가 큰 것은 호박잎하고 풀들이여"하시며 또 들깨밭 풀 걱정을 한다. 농부의 걱정은 끝이 없다. 새벽녘부터 고추말리는 것 때문에 걱정이고, 들깨밭 풀 때문에 걱정을 하신다. 산동 할머니께서 걱정 끝에 결정타를 날렸다. "에고, 하늘이 준대로 먹어, 욕심 부리지마."하신다. "그려 우리가 어쩌겠는가, 하늘이 준대로 먹어야제."하고 오늘은 모든 걱정이 마무리된다.

 

빗속에 우산을 쓰고 호박전 부칠 준비를 한다. 신문지를 깔고 가스렌지에 후라이 팬도 올라갔다. 사람들이 많아 두 군데에서 호박전이 익어간다. 정자 처마에 낙숫물이 제법 많이 떨어진다. 빗소리, 사람들 소리, 호박전 익어가는 소리가 맛나게 느껴진다. 농사일에 지친 어르신들께서는 이웃사촌들의 소리에 힘들었던 어깨를 내려 놓으셨다. 부녀 회장님께서 부산에 사는 동생들이 사왔다며 막걸리를 꺼내 오신다. 호박전에 막걸리, 이런 걸 바로 금상첨화라 하는가 싶다. 우리 동네에는 구멍가게도 없다. 그래서 막걸리 한잔이라도 마시려면 여간 힘이든다. 막걸리가 나오자 영산댁이 제일 좋아라 한다. "할매, 막걸리 받으세요." 이젠 건배할 차례다. 산동 할머니께서 "모다들, 건강하세요"라고 외치신다. 호박전에 막걸리 한 잔으로 마음이 꽉 채워졌다.

 

호박은 단백질, 탄수화물, 미네랄, 식이섬유 등을 함유하고 있으며 비타민A, 비타민C, 비타민E 등 다량의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는 비타민의 보고다. 비타민 A인 카로틴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위점막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어 속이 아플 때도 효과가 좋다고 한다.

 

△ 만드는 방법

 

재료 = 호박, 고추, 집간장, 밀가루, 식용류

 

1. 호박을 깨끗이 씻는다.

 

2. 납작하게 잘 익을 정도로 썬다.

 

3. 납작하게 썰어진 호박 위에 소금을 약간 뿌려준다.

 

4. 밀가루에 집간장, 고추 등을 썰어 넣고 반죽을 한다.

 

5. 반죽에 썰어진 호박을 한 장씩 넣어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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