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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기 선생은

정설(定說)뒤집은 재야 사학자·한글학자…친환경 농업인

   
 
 

평생 고향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는 박문기 선생은 이름 앞에 여러 타이틀이 붙는다. 재야 사학자요, 한글학자요, 친환경 농업인이 그것이다.

 

1948년 정읍시 입암면 신면리 진등마을에서 박봉선씨와 최영단 여사의 7남매 증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제때 징용으로 한 팔을 잃었고 어머니는 경북 군위군에서 보천교를 신앙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이곳으로 시집을 왔다.

 

그는 고향에서 대흥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등공민학교를 3개월 가량 다닌 게 학력의 전부다. 아버지를 대신해 어렸을 때부터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밤이면 동네 유학자들을 찾아가 한학을 배웠다. 그야말로 주경야독으로 웬만한 도서관 하나쯤은 가득찰 만큼의 독서를 했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한창 공부할 때는 방의 불이 꺼지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무르팍에 꾸덕살이 백히도록' 책을 읽은 것이다. 물론 책은 한문으로 된 것이다. 그런데다 그는 아무리 어렵고 긴 내용의 책이라도 두세번만 읽으면 그대로 외울 수 있는 재주를 지녔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한자라는 문자 속에 박힌 세상의 이치가 그를 끝없이 매료시켰다. 또 근원에 대한 지칠줄 모르는 탐구심은 민족의 뿌리인 상고사(上古史)에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했다.

 

그렇게 혼자 공부해서 세상에 내놓은 책이 1987년에 나온 맥이(貊耳)를 비롯 대동이(大東夷), 본주(本主), 숟가락, 한자는 우리 글이다, 정음(正音)선생 등 12권이다. 그리고 지금 12권으로 된 정음천자문을 집필 중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신화와 전설로만 알려졌던 동이족의 수천년 역사를 논문과 소설로 재현해 냈다. 삼황오제 시대의 중국 은(殷)나라가 동이족이 세운 나라며, 순(舜)임금과 공자가 동이족의 후예임도 밝히고 있다. 또 주류 역사학계가 기자조선과 단군조선의 2000년 역사를 몽땅 떼어내 버렸다고 비판한다. 이같은 파격적인 주장을 아직 사학계는 이단으로 보고 있다. 또 '한자가 원래 우리 글이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얼핏 보면 황당무계한 주장인듯 보이지만 그는 낱낱이 그 근거를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평생 손에서 농사일을 놓지 않았다. 현재 논 4만 평과 밭 6000평을 농약없이 경작하고 있다. 우리의 고유종인 다마금(多摩錦)쌀도 연변에서 처음 들여왔다. 1995년 경작지의 토양을 검사한 결과 전국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사실이 증명돼 국립농산물검사소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2002년엔 일본 동경방송에서 나와 3개월 동안 심층취재해 보도했다. 지금은 한국농업대학교의 현장교수로 위촉돼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의 어머니 최영단 여사다. 최 여사는 1960년대와 70년대 말, 쳐다보기만 해도 낫는다는 신유(神癒)의 신통력으로 유명했다. 전국에서 하루 수천명이 몰려 들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간이역인 천원역에 특급열차가 섰고 인근 논밭이 주차장으로 변했다. 광주은행에서 직원을 상주케 할 정도였다. 그는 한때 동이학교를 짓고 민족 교육에 힘을 쏟기도 했다. 부인과 사이에 3남2녀가 있다. 큰 아들은 연세대 행정학과에 붙었으나 농업대학으로 돌려, 농사를 짓고 있다.

조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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