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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LF의 기억

"우리는 한국의 유서 깊은 도시 전주에 모였다. 아시아 아프리카의 40개국 300여명의 작가들이 모인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은 우리에게 새삼스레 그 역사적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직접 얼굴을 마주 대하고 만난 우리는 이곳에서 서로 발견하고 발견당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 모임을 통해 확인된 인간에 대한 열망과 정신을 모든 아시아·아프리카 동료 작가들께 전하고자 한다.-AALF 전주선언-"

 

전주에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인들이 모인 것은 2007년 가을이었다. 그해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전주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AALF). 조용했던 도시 전주는 문학으로 세상을 깨웠다. 새로운 문학적 가치 실현을 위한 첫 도전과 실험의 현장에서 백낙청 조직위원장은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인들이 지역과 인종, 국적과 사상을 초월해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에 벅찬 감회를 누르기 힘들다"고 전했다.

 

사실 세계사의 중심으로부터 변방으로 치부되어 왔던 아시아 아프리카의 문학인들이 한 공간에서 같은 가치를 지향하며 교류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므로 두 대륙이 문학을 통해 연대하며 서구 중심의 세계문학사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발판을 이곳에서 마련했다는 평가는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두 대륙 문학인들은 연대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주목했다.

 

고은 시인은 "지난 세월 오랫동안 우리를 규정해온 제3세계라는 이름을 폐기함으로써 아시아·아프리카는 어떤 타율적 장애 없이 자생하는 생명체로 소통할 수 있다"고 선언했으며, 이집트 소설가 나왈 엘 사다위는 "오늘날과 같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정의는 군사력과 경제적 권력에 기반하고 있다"며 두 대륙의 만남을 통해 정의가 복원되기를 소망했다.

 

7일 동안 문학으로 소통했던 도시 전주는 문학인 뿐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행복한 공간이었다. '작가와의 만남' '특별토크쇼' '시낭송회' '맞장토론' 등 매일 이어지는 다양한 문학행사에서 독자들은 책으로만 만났던 작가들과 대화하고 교감했다.

 

'디아스포라' '언어' '여성' '평화' '분쟁지역 작가' 등의 주제를 놓고 진행된 학술행사 역시 같은 아픔을 지닌 두 대륙이 세계 평화를 위해 형성해나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세계 문학의 변방에 머물렀던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그들의 언어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도록 이끌었던 'AALF'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5년이 지난 지금, 단절된 연대의 복원은 기대할 수 없다. '한바탕의 가을 꿈'이 되고 만 'AALF'의 기억이 새롭다. 복원의 다리를 놓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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