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진 전주교대신문 편집장
"요즘은 기차표 검사를 하지 않는군. 이 기차에 탄 몇 사람들은 표를 사지 않고 탔겠어." "그러게 말이야. 검사를 하지 않으니 기차표를 사는 것은 손해야. 다음엔 나도 표를 사지 않고 기차에 타야겠어."
기차를 타고 집에 가던 중 지루해서 눈을 감고 있는데 옆 좌석 두 남자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를 토대로 끝내주게 획기적인 무임승차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나는 처음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그들의 사고방식에 놀랐다. 그러다가 그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음을 이해하다가 이 대화가 도덕과 법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슬퍼졌다.
도덕과 법. 굳이 둘을 비교하자면 도덕은 강제성이 없고 법은 강제성이 있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회 속에 살면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켜야 할 사람들 간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같다. 두 개념의 의미를 구분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약속이라는 공통점에 초점을 두어 보자.
우리는 왜 도덕과 법을 지킬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도덕과 법을 지키는 것이 자신에게 이득이기 때문에, 처벌 받기 두려워서, 지키지 않으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때문에,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등 다양한 이유로 도덕과 법을 지킨다. 그 중 대다수의 사람들이 처벌 받기 두려워서 도덕과 법을 지킨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콜버그는 이런 외부적인 조건에 의해 도덕과 법을 따르는 것은 매우 낮은 수준의 도덕성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처벌 받기 두려워서 우리 사회의 약속을 지키기 때문에 처벌 받지 않거나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면 도덕과 법을 어겨서라도 개인의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 단적인 예로 지난 여름방학 때 강원도 삼척시 환선굴에 갔었다. 동굴 보호를 위해 동굴 안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있고 적발 시 50만원의 벌금을 내야한다고 표지판에 적혀있었다. 동굴에 입장을 할 때 관리 직원이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동굴 안 곳곳이 포토존이었다. 동굴 안에 통제하는 사람이 없으니 표지판과 동굴 입구에 있던 관리 직원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셔터를 눌러댔고 플래시가 터졌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약속인지 알면서도 사람들은 왜 누가 보지 않으면 법을 어길까? 왜 외부적 조건에 의해서만 도덕과 법을 지킬까? 법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법대로 살면 피해를 본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도덕과 법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구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누가 볼 때는 지키고 보지 않으면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태도는 버려야 한다. 우리는 도덕과 법을 지켜야 한다. 양심, 다른 사람, 처벌 등 외부의 조건에 상관없이 도덕과 법이라는 이유만으로 따라야 한다. 도덕과 법이 온전히 잘 지켜질 때 우리 사회가 더욱 윤택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이 곧 무비판적으로 무조건 도덕과 법을 지키는 착한 시민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도덕과 법이 합리적인지 따져보고 잘못 되었다면 논의를 해 진정한 우리 사회의 약속으로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약속이 정말 합당하다고 느껴져 도덕과 법으로 정해졌을 때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도덕과 법에 대한 신뢰. 기본적으로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맞게 법을 만들고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공정하게 집행할 때 법을 지키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덕과 법이 도덕과 법이기 때문에 지켜지는 사회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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