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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눔이어야 하나

▲ 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한가위 달이 보름달로 차 오르고 있다. 올 추석은 윤달이 들어 햇과일과 곡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차례상이 더없이 풍성할 듯했다. 그런데 이를 시샘이나 하는 것처럼 대형태풍과 폭우의 피해를 입었고 경기는 불황의 터널에서 쉽게 헤어날 줄 모르고 있다. 쉼표 없는 생활에 지친 서민들은 대선정국에도 가려 다시 맞는 명절이 두렵고 괴롭기조차 할 따름이다. 며칠 전 출장을 다녀올 적에 택시기사는 "한 달 전부터 손님이 확 줄었다"며 타 들어가는 속가슴을 보였다. 경제가 어렵다는 푸념과 경고음은 이미 우려의 수위를 넘어섰다.

 

경제가 위기라는 말이 이렇게 무성한데도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 많다. 이를테면 소비진작을 위해 세금을 줄여줄 것인가, 아니면 세금을 더 걷어 사회복지망을 넓혀야 하는가를 의논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는 신규 노동력을 흡수하기 위해 기업에 지원금을 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기업규제를 풀어 활성화시킬 것인가를 토론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국면을 보라. 한때는 온통 경제민주화 얘기뿐이었다. 요즘은 대선 후보군을 놓고 여야가 맞붙었다. 심각한 경제침체로 조마조마 가슴조이는 국민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물론 정부가 모든 책임과 부담을 질 수는 없다. 오늘날 유럽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곤경이 바로 반면교사(反面敎師)다. 그럼 이 위기상황에서 그런 정치인들에게 도덕성만 요구한다고 서민문제가 해결이 될까. 물론 아니다.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복지지원 확대를 최대한 모색할 필요가 있다. 10월 6~7일 열리는 '대한민국 나눔문화 대축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남다른 나눔정신이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불쏘시개 역할을 하길 바라서다. 그간 "못 먹고 잘 데 없는 이들에 비하면 난 행복한 사람"이라며 마음만큼은 '부자'인 기부자들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전북에서도 자기보다 못한 처지의 이웃을 도우려는 보통사람들의 기부가 늘긴 했다. 2년전 34억5700만원에 머물던 개인 기부가 지난해엔 44억1700만원으로 증가했다. 그 바람에 53대 47이었던 개인 대 법인의 기부 비율이 58대 42로 더 기울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니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번에 어려운 이웃 5000세대를 대상으로 5억원 규모의 차례상비와 물품을 지원하는 데도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기부의 저변이 튼튼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회원수만 봐도 단 한명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개인의 기부 문화 확산은 사회갈등을 치유하는 소중한 샘물과도 같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보다 살 만한 세상으로 만들고 건강하게 하는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소득분배 관련 지표들이 악화되고 자살·폭력 범죄가 급증하는 것도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돼 더욱 그렇다. 기부가 구조적인 문제를 온정주의로 돌린다는 지적도 있지만 순수한 나눔은 값지고 소중하다. 나눔은 안정시키고 다독이는 성질이 있다. 기부를 통한 연대의식과 시민적 우정을 공유한 시민정신이 넘쳐흐를 때 우리 사회는 분열성을 넘어 통합성을 지향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추석이 코앞이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온정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해진다. 기업인과 정치인의 '기부 마케팅'이 움직이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런 기부가 있어야 소외된 이웃에게 실질적 도움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정(情)과 감동은 금액으로 결정지진 않는다. 나부터 내 주머니에서 조금 덜어 이웃과 나누는 기부릴레이에 동참한다면 세상은 한결 행복하고 따듯해질 것이다.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 확산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기대가 크다. 아름다움도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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