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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지도의 '달인' 임진모 교사 "탐구활동·과학체험은 사고력·창의력 발달에 도움"

실생활에서 과학원리 찾아 제품 만들어 기부 / 폐안경·재활용비누 제작 판매 불우이웃 도와 / 학생 눈높이 맞춰 생각하고 관찰하려고 노력

▲ 학생들의 창의력은 곧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극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임진모 교사. 안봉주기자 bjahn@

과학동아리 하면 근영여고를 떠올릴 만큼 등식의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 각종 전시, 공모, 시상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과학동아리 출신 학생들이 입학사정관 테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유명 대학에 진학한 것도 이미지를 높인 계기가 됐다. 과학동아리는 이제 발명이나 탐구활동을 뛰어넘어 탐구활동에서 얻은 결과물을 갖고 봉사에 나서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 역시 스펙 쌓기 차원이 아닌, 진정성 있는 봉사라는 점이 인정돼 전국 최우수 단체로 평가받고 있는 중이다. 이런 활동의 중심에 임진모 지도교사(41)가 있다. 동아리 지도활동의 '달인'이다. 지식왕,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수상했고 과학동아리가 전국자원봉사대축제 대상과 전국자원봉사대회 은상 등을 수상할 수 있도록 지도한 주인공이다. 궁금한 점이 많은 터에 푸르덴셜 사회공헌재단이 주최하는 전국자원봉사대회 은상 수상 소식을 듣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중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수상한 다음날인 12일 근영여고 송지관 진학실에서 2시간 동안 이뤄졌다.

 

-3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과학동아리를 지도하고 때로는 토·일요일에 체험활동을 해 왔는데 힘들지 않나요.

 

"동아리활동은 움직이는 만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비록 몸은 힘들지라도 변화에 대처하면서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항상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어제(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 시상식에 다녀오셨죠. 분위기가 어땠어요.

 

"봉사활동하는 청소년들, 대단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또 한번 배우고 왔어요. 봉사활동의 테마와 트랜드 등에서 교훈되는 점이 많았는데 새롭게 시도하려 합니다."

 

푸르덴셜 사회공헌재단이 주최하는 올해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에서 전주 근영여고 '과학탐구동아리 C&C'는 은상 수상자(이소정 양 등 20명)로 선정됐다. 이 대회에는 전국에서 총 1,759건(6,406명)이 응모했고 지난 11일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시상식이 열렸다.

 

-지난달에는 전국자원봉사대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4월에 계획서를 작성해서 5월 한달 동안 봉사활동을 펼쳐 경연을 벌이는 대회인데, 봉사활동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 받았습니다. 과학축전 과학축제 등 교외 과학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폐안경 나눔 캠페인과 재활용비누 제작 판매 등의 활동을 펼쳤습니다."

 

-최근 3년간 수상경력이 19차례나 되던데 웬 상을 이렇게 많이 받았습니까.

 

"과학탐구대회와 과학체험, 청소년 멘토링자원봉사 활동과 관련한 것들인데 몇년 동안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공모전 참여가 마치 취미처럼 됐어요. 아이들한테 입시에 도움도 되고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지요. 노하우가 축적되다 보니 이젠 경쟁력이 강해져 마약처럼 돼 버렸어요."

 

-과학동아리 'C&C'('C&C'는 Chaos와 Cosmos 이니셜)는 어떤 동아리입니까.

 

"1998년쯤 천문관측과 과학교과 관련 스터디그룹으로 시작된 동아리예요. 처음엔 교내 활동에 주력했는데 나중에 밖에 나가 활약해 보는 게 어떻겠는가 하는 의견이 있었어요.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접목한 뒤 전국적인 축전이나 공모전, 선진 사례 등에 참여하고 발표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볼 수 있지요. 과학탐구와 체험, 봉사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이 동아리를 맡아 지도해 왔습니까.

 

"2003년부터 맡았는데 당시 과학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1년씩 지도했어요. 그런데 나중엔 맡아 할려는 선생님이 안 계셔서 제가 맡았어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요. 예를 든다면.

 

"활동적인 동아리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탐구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는데 2004년 영화속 과학원리 찾기를 주제로 한 탐구가 교육청 공모에서 선정되면서 자신감을 가졌어요. 대한민국과학축전을 견학하면서 과학체험 프로그램 운영의 방향을 모색하고 실생활에서 과학원리를 찾아 제품을 만들어 기부도 하고 있고요. 폐안경 활용과 재활용비누 등을 판매해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고 자림원 등 시설을 찾아 봉사하는 등의 활동을 병행합니다."

 

-작년에 '올해의 과학교사상'(교과부 주최)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어떤 계기였나요.

 

"과학동아리 운영과 과학탐구, 과학 관련 우수 활동사례를 평가한 것인데 심사를 잘 해주신 것 같습니다."

 

-상금도 주던가요.

 

"500만원 받았습니다."

 

-지난 2007년에는 제6대 지식왕(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지식왕이란 것은 뭡니까.

 

"학생들의 과학 관련 질문에 답변한 것을 놓고 평가하는 것인데 어려운 질문들이 많아요. 답변중에 선택에 도움이 되면 좋은 평가를 받아요. 공부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창의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선정합니다."

 

-대학입시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 대학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입학사정관들이 방문하면 특장점들을 설명하는데 그때마다 진정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해 주었습니다. 외부 수상의 경우 사교육에 의존한 것인지, 학생의 의지에 의한 것인지를 중요하게 판단해 결정하게 되는데 봉사대회의 경우 동아리 회원들의 적극적인 의지에 의한 것으로 입학사정관들이 평가해 주었습니다."

 

-학생들에겐 어떤 점들이 도움이 됩니까.

 

"탐구활동이 과학체험 프로그램으로 이어져 호기심과 창의력이 길러지고 봉사활동까지 병행하기 때문에 '사람공부'도 하게 됩니다. 장애인 등 여러 계층과 만나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그들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요. 선후배간 입시경험 공유, 공동체 의식 함양, 발표력 향상 등 좋은 점이 많아요."

 

-창의력 향상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과학체험 봉사활동의 경우 이론적인 바탕에다 시범 운영, 다양한 방법의 설명, 프로그램 실험방법 전환 등의 학습을 하게 됩니다. 동영상을 제작할 때도 스스로가 디자인하고 기획·출연·제작하기 때문에 창의력이 향상되고 옆에서 돕기 때문에 많은 경험들을 하게 되지요. 이런 활동을 하게 되면 자기소개서 등을 작성하는데 아주 효과적입니다."

 

-동아리 회원은 아무나 가입할 수 있나요.

 

"매년 선발을 통해 학생들을 뽑아요. 과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남다른 학생들이 모집 대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지가 강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1학년에서 3학년까지 22명인데 희망한다고 해서 모두 가입되지는 않아요. 인성 적성 등 기본적인 걸 다 봅니다. 적성을 가장 많이 고려합니다."

 

-학생들은 수능이다, 괴외다 해서 선뜻 동아리 활동을 하려 하지 않을 텐데요.

 

"학기 초에 들어왔다가 적성이 맞지 않거나 활동이 너무 다양해서 나중에 탈퇴하는 경우도 있어요.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싶어하는 인문계 학생이 있었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과학체험을 하고 싶다고 해서 과학체험을 할 때마다 데리고 다닌 적도 있어요. 그 학생은 지금 교사가 돼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입시제도가 기계적인 수치를 적용치 않고 창의력을 테스트하는 쪽으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인기를 더 끌 수도 있겠네요.

 

"사실은 향후 입시제도가 창의력에 비중을 두는 쪽으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이런 활동을 시작한 측면도 있어요. 여학생 특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활동, 개별적 활동보다 공동체의 활동을 유도하는 쪽으로 동아리 활동을 전개시켜 나가려 합니다."

 

-대학 입시에선 어떤 성적을 거두었나요.

 

"재작년 이화여대 미래인재 전형에서 뛰어난 실적을 거두었고 작년 서울과학기술대와 전주교대, 전북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좋은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동아리 활동에 매진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2003년 방송부와 과학동아리를 함께 맡았었는데 과학 관련 여러 단체의 활동이 과학교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어요. 학생 중심의 활동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고 여학생들이 할 수 있는 즐거운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이 동기라면 동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지원사업에 관심을 가졌고 교육청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에 힘입어 공모전 참여 등으로 확대했어요. 돈이 문제인데 지원금을 통해 학생들의 적극성과 도전의식이 커져갔고 지도하는 것 역시 역동적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동아리의 우수한 실적이 학교 이미지에도 크게 보탬이 됐겠어요.

 

"저 뿐만 아니라 과학교사들의 노력을 통해 과학과 관련한 우수한 실적을 거두었어요. 학부모와 학생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학교 이미지 향상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박람회'에 우수사례로 소개돼 홍보효과가 컸고 박람회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젠 '과학체험동아리=근영여고' 등식이 성립했다고 자부합니다. 중학생 대상 우수학생 유치활동 때 덕을 많이 보아요."

 

-학교 차원의 인센티브는 없나요.

 

"대학입시에 치중하다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는 걸 꺼리는 학교들이 많은데 우리 학교에서는 이런 활동 하는 걸 허용하고 포용합니다. 이 자체가 인센티브라고 해야죠. 입시가 코앞인데 아이들 데리고 어딜 나가느냐는 학교가 사실 많습니다. 수상하면 교장선생님께서 플래카드도 걸어주시고 관심이 많아요."

 

-동료 교사 얘기 들어보니까 실력뿐 아니라 열린 사고와 아이들 입장에서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더군요.

 

"좋게 평해 주신 것이겠죠. 가급적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생각하고 관찰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들과 소통하고 아이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려면 눈높이를 맞춰야 하고 이이들과 어우러져야 합니다. 아이들 관찰하는 게 습성이 됐어요. 그랬더니 불편함이 사라지고 아이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얼굴 표정을 보고 "너 어제 엄마하고 싸웠지"하면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와요."

 

-그런 열정이나 철학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학교 다닐 때 '수면제'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님이 계셨어요. 졸리게 수업한다는 뜻이지요. 교단에 섰을 때 혹시 나에게도 그런 별명이 붙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수업때 음료수 5개를 준비해 두고 학생들 반응이 시원찮을 때마다 음료수를 들이마시며 '화, 맛있다'하며 주의를 환기시키며 수업을 했는데 다행히 음료수 한개 마시고 수업을 마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런 자기노력과 도전이 반복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데 입시에 소홀하지는 않을까요.

 

"동아리 운영은 곧 입시와 연계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3학년 담임을 맡아 수행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돼요. 입시 변화 흐름을 알 수 있고 대처하는 방법을 먼저 파악할 수 있는 잇점이 있어요. 몸은 힘들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면 플러스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동아리 지도교사 활동을 하다 보면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요.

 

"이런 활동을 하지 않아도 대학 갈 수 있는데 굳이 어렵게 그런 활동을 하는 이유가 뭐냐는 기류가 있어요. 일부 학부모는 물론 동료 교사들까지도 성적의 중요성만을 고집하며 동아리활동을 폄하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런 게 제일 힘들어요. 초창기 땐 학생은 지원하고 싶어 하는데 부모가 말리는 일도 많았어요. 지금은 교내외 활동 모습을 보고는 함부로 안해요. 동아리 활동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활동을 통해 성숙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나눔보다는 개인적인 욕심에 치우친 활동을 하는 학생들도 있어 상처 아닌 상처를 받는 일도 있어요."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한마디 조언한다면.

 

"학생들의 창의력은 곧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극이 있어야 해요. 자극이 있어야 동기유발이 되고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고 봐요. 동기를 부여하고 의욕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

▲ 임진모 교사와 이경재 선임기자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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