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관하는 전라북도문학관 이운룡 초대관장
21일 문학관 개관을 앞둔 이운룡 초대 전라북도문학관장(74)의 감회는 남다르다. 문학관 개관의 결실이 있기까지 스스로는 마당쇠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문학관에서는 문학의 향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옛 전북도지사 관사를 고쳐 문학관으로 탈바꿈시키기까지 그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수년간 사용하지 않았던 건물인 까닭에 화단에는 억새가 우거지고, 곳곳에 잡초가 무성했다. 허리가 성치 않지만, 풀을 뽑고 마당을 쓸었다. 문인들의 패널을 만들기 위해 2달간 밤샘 작업을 하다 코피를 쏟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지역 문단의 터를 닦는 심정으로 이런 어려움을 견뎠다.
"처음 시작하는 것은 무엇이든 어렵지요. 취임 후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아무 것도 없는 집에 새살림을 차리느라 참 힘들었습니다."
김 관장은 마지막으로 봉사할 기회로 생각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월급을 받고 다른 무엇을 누리는 자리라면 처음부터 고사했을 것이며, 육체적·정신적인 힘듦도 고통이 아니라 보람으로 생각했기에 기쁨으로 감수할 수 있었단다. 이와 함께 문인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문학관장은 '문인이라고 해도 아무나 할 수 없겠구나'는 책임감과 의무감도 생겼습니다. 문인으로서 오랜 경륜, 해박한 학문적 지식과 문학사회적 통찰력, 지역문학 또는 문인과 연계된 많은 경험의 축적, 그리고 헌신적 열정들이 어우러진 문인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짧은 기간 별 문제없이 문학관을 개관한 데 대해 만족감과 보람을 갖는다. 다른 시도에서 문학관을 세우고도 내용물을 채우는 데 3년 이상씩 걸리는 게 다반사인 반면, 전라북도문학관은 올 2월 구조 변경에 들어가 8개월 만에 개관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남는다. 전북 출신 작고 문인인 채만식·김환태·신석정·서정주·최명희 개인 문학관이 이미 개설돼 이들 5명을 포함 몇몇 작고 문인들의 자료를 전혀 기증받지 못한 점이 그 하나다. 또 예산 부족으로 욕심껏 시설을 꾸리지 못한 점도 안타깝다. 84억원을 들여 금융조합 건물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대구문학관이 부럽다. 전라북도문학관의 구조 변경에는 그 10분의 1도 안 되는 7억4천만원이 투입됐다. 내부 집기와 책상·의자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걱정이다.
그럼에도 지역 문인들의 오랜 숙원을 풀었고, 차츰 보완할 수 있기에 위안으로 삼는다. "도민 개개인이 문학과 접목되어 일상화되어야만 그 나라 문화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문학을 통해 도민의 의식과 감정이 한층 높아지고 삶이 아름다워질 수 있게 문학관이 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관장은 앞으로 문학관에 많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머물 수 있도록 친절히 모시고, 전북문학을 선도해갈 구심체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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