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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해강(金海剛) - 학처럼 살다 간 호남의 맑은 선비

김동수 시인

1

물이 얼다

국경을 흐르는 물이 얼다

낮이면

구름도 떠돌지 않는

하늘이 멱을 감고

밤이면

푸른 별들이 내려와

꿈을 파묻고 가는

국경(國境)

二千里를 흐르는

얄루江 물이 얼다.

 

2

한결

휘파람만 치는

삭북(朔北)의 하늘!

아아 한 자락 하늘도 만져 볼 수 없는

내 마음이여

얼음을 깨뜨리고

떨어지는 하늘을 마시고 싶다.

한 울음

두 울음

싫도록 퍼 마시고 싶다.

-「국경에서」 에서(동아일보,1940년)

 

해강 김대준 시인은 1939년 『시건설』의 발행인이며 문학적 동지인 김남인을 만나러 평북 중강진으로 간다. 영하 40℃를 오르내리는 압록강 한ㆍ만 국경지대 중강진, 거기에도 움직이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모두가 꽁꽁 얼어 갑갑하기 짝이 없는, 그것은 '한 자락 하늘도 만져 볼 수 없는 조국의 어두운 현실과 다름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얼음을 깨뜨려' '떨어지는 하늘을 마시고 싶'어 하면서, 망국민으로서의 좌절과 슬픔, 아니 그만큼 새날에 대한 동경과 염원이 남달리 뜨거웠던 시인이었다.

 

나는

 

능금을 땄노라.

 

그러나

 

진정 너를 사랑하길래

 

능금을

 

푸른 바다에 던지노라.

 

-「슬픔」 전문(1952년)

▲ 김동수 시인

소유와 집착을 넘어 보다 크고 아름다운 순수를 원하고 있다. 이런 삶의 자세로 광복과 6.25라는 역사의 질곡속에서도 끝내 자신을 올곧게 지켰던 시인이었다. 김해성 시인은 은사인 해강에 대해 '산같이 고고하게 선학(仙鶴)처럼 곱게만 살아온 시인이다. 인자스런 그 표정에 언제 보아도 모란꽃처럼 안으로 미소를 짓고, 정구선수답게 정정한 모습은 마치 학(鶴) 한 마리가 서 있는 듯싶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1903년 전주시 전동에서 태어나 전주고등학교 교사와 예총전북지부장을 역임하였으며, 세속과 명리를 멀리하며 전주시 평화동에서 학처럼 살다 1987년에 돌아가신 호남의 맑은 선비 시인이었다.

 

철따라 / 그럭저럭 / 벗들은 다 가버리고 // 그토록 찬란하던 하늘에는 / 별도 하나 둘씩 꺼져가고// 실성한 여인의 한 숨처럼/ 바람만 뒤설레는 / 이슥한 밤// - 이 밤이 다 새도록/ 목 놓아 불러보고만 싶은// 아아 불러도 오지 않을 / 그대의 이름// 나의 사랑이여

 

( 「노후」에서, 1977년)

 

/백제예술대 명예교수(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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