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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프랑스-문화정치는 프랑스의 발명품이다(1) - '문화' 비밀무기로 세계 관광대국 1위 고수

칸영화제 등 세계적 축제 성공은 문화정책 덕분 지자체 정책 목표, 주민들 지역 안 떠나게 하는 것

▲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의 진보적인 문화정책으로 건립된 복합문화센터인 국립 조르주 퐁피두 문화예술 센터에는 매일 다국적 시민들이 다양한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을 즐긴다.

지난해 젊은 시나리오 작가 한 명이 사망했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 쪽지의 내용은 "남은 밥 있으면 주세요"였다. 전설로 불리던 가수 임재범은 100만원 안팎의 저작권료로 근근이 살아간다. 연극배우들은 보험 설계사, 카페 서빙을 해야만 생계를 이을 수 있다. 문화에 발을 담그는 예술가들이 한국 사회에서 감내해야 하는 굴욕은 우리나라가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전북 문화예술의 대중화, 길을 찾다'는 문화강국 프랑스를 찾았다. 수십 년 간 프랑스는 문화라는 비밀의 무기를 통해 아비뇽 연극제, 칸 영화제 등을 성공적으로 치러내 세계 관광대국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정부의 문화예술 대중화 정책은 시민들에게 "자신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는" 문화적 자부심까지 심어줬다.

 

△ 문화를 공공재로 제도화

 

프랑스는 1946년 헌법에 문화의 권리를 명시하면서 문화와 교육을 통한 사회 건설에 나선다. 문화 사업부를 창건한 장관이자 작가인 앙드레 말로는 예술가들이 국가로부터 존중받아야 할 권리를 지니고 있음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엘리트 위주 문화에서 지방 분권화되고 시민 자치화된 문화 정치로 연결되기엔 간극이 존재했다.

 

이후 자크 뒤아멜 문화부 장관은 퐁피두 대통령을 설득해 예산을 0.47%(1972)에서 0.55%(1973)까지 늘리고, 국립 조르주 퐁피두 문화예술센터(당시 국립문화예술센터) 건립을 구체화시킨다. 앙드레 말로는 예산 확보엔 재능이 없었던 반면 뒤아멜은 프랑스 행정 전반에 문화의 중요성을 설득시킬 줄 알았던 것.

 

1980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에 이르러 문화 정치는 꽃을 피운다. 정치적 동지인 자크 랑을 문화부 수장으로 10년 간 재직하게 하면서 특권층에만 한정된 문화가 아닌 모두를 위한 문화에 혜택을 주기 위한 정책으로 대규모 문화시설 건립을 추진한다. 오르세 박물관, 빌레트 공원, 신 개선문 등이 대표적이다.

 

실험적인 성공 축제로 꼽히는 아비뇽 연극제 역시 정부의 국립예술배급소, 실험연극 아카데미, 국립연극센터 등 크고 작은 연극 관련 기관 건립에 힘입은 바 크다.

 

△ 행정, 문화·교육부 협력 모델로 문화예술 교육 활성화

 

음악과 미술은 학교 선생님 보다는 예술가에게 교육받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프랑스 정부는 문화예술 교육 활성화를 위한 문화부와 교육부를 합병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1983년 첫 번째 공동 규약을 체결한 뒤 5년 뒤 예술가들이 학교 문화예술 교육에 참여하면서 활성화된다. 심지어 정부는 대학의 3기 교육 과정 중 2·3기 교육 과정을 예술 창작과 연결시켰다. 문화정치에 앞서 존재해온 예술이 사회 모두를 이롭게 하는 공공재 역할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예산의 1% 정도를 문화부에 투자한 게 오히려 관료화된 예술인들을 배출하고 그들이 상업적 성공을 경멸하게 했다는 반론도 있다. 일례로 프랑스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지휘자 제임스 콘론·윌리엄 크리스티나 연극인 로버트 월슨 등이 자국민이 아닌 외국 이민자나 북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점에서 프랑스 출신의 진정한 예술가는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 하지만 프랑스는 한 국가의 문화적 저력은 예술가들의 인종적 순수성이 아니라 이들을 동화하는 힘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반기를 들고 있다.

 

△ 지자체 문화정책 목표, 젊은층 지역을 안 떠나게 하는 것

 

프랑스와 같은 문화 강국에서도 문화에 있어 중앙 집권화가 계속됐다. 문화부는 1990년부터 지방에 예산의 50% 할애하기 시작하면서 지자체의 문화정책이 활성화됐다. 문화가 노년층의 사회 동화, 농촌의 공동화 등과 같은 사회적 통합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된 것.

 

오랫동안 프랑스 정부의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음악은 뒤늦게 지방 분권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정부가 음악적 위엄을 갖춘 오페라 극장 등을 짓고 지자체 지원으로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방식.

 

특히 문화재 관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온 정부는 지자체에 문화재 보호 재량을 위임하면서 문화정치의 지방 분권화를 이뤄낸다.

 

문화부 산하 박물관국에 속하는 박물관 제외한 나머지 박물관 감독을 지자체로 이관시킨 결과 문화재·박물관 정책이 지역의 문화관광과 결합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같은 지자체의 궁극적인 문화정책 목표는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고 싶지 않도록 하는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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