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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추석 차례상 - 한해 농사 지켜주신 조상님들께 감사

어머니의 무명 앞치마가 달빛에 환하게 비춰진다. 내일 밤에는 보름달을 볼 수 있겠구나 하시며 준비한 음식을 정리하신다. 나물이랑 삼색전, 고기전은 서늘한 광방에 놓으시고, 송편은 광방 시렁에 올려 좋으셨다. 차례상에 올릴 과일들은 깨끗하게 씻어 장독대위에 올려놓으신다. 생선, 닭고기 삶은 것들은 부엌 선반 위에 올려놓으셨다. 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어머니의 머릿수건과 무명 앞치마는 주인의 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은 모든 음식을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그 당시 어머니 음식 보관법이 있었다. 나물은 시원한 광방 바닥에 놓으라고 하셨다. 송편은 광방 높은 곳 시렁 위에 보관하셨다. 송편을 덜 굳게 하는 지혜였던 것이다. 다음날 차례상에 올릴 과일은 바구니에 담아 무명천을 덮어 장독대 위에 올려놓으셨다. 아마 싱싱하지 못한 과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밤이슬을 맞혀 조금 더 싱싱한 과일을 만들기 위한 어머니 나름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생선찜과 닭고기는 마지막에 조리하셨다. 그래서 온기가 있는 부엌 선반 위에 올려놓으신 것이다. 그 시대에 맞는 음식보관법이다.

 

밥그릇과 국그릇, 수저가 우리집에 남아있는 유일한 놋그릇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부엌에 있는 재를 가지고 우물가에 앉아 닦으셨다. 어머니께서는 하루 종일 우물가와 부엌을 떠나지 못하셨다. 우물을 퍼내는 담당을 하셨고, 음식을 만드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담당을 했다. 아궁이에는 솥 두 개가 걸려 있다. 한쪽은 가마솥, 다른 한쪽에는 양은솥이 있다. 음식의 성질에 맞게 불 조절을 잘 했다. 송편은 가마솥에 시루를 얹어 찌고, 나물은 양은솥에서 볶았다. 간을 보라며 한 잎씩 넣어 주셨던 그 맛을 잊지 못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날이다. 산동 할머니네 자녀들은 내일부터 내려온다고 하고, 남실할머니 자녀들은 벌써부터 와서 추석준비를 하고 있다. 집집마다 홀로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은 모처럼 가족들과 북적거리는 정다운 시간을 가질 것이다. 한 해 동안 건강하게 농사 잘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조상님께 가족 모두와 함께 감사의 차례상을 올릴 것이다.

 

△ 추석 차례상 올리는 순서

 

1.강신 = 제주가 향을 피운다. 집사가 잔에 술을 부어주면, 제주가 모삿그릇에 3번 나누어 붓고 두 번 절한다. 신주를 모실 경우 혹은 묘지에서는 아래 참신을 먼저 하고 강신한다. 묘지에서는 모삿그릇 대신 땅에 뿌려도 무방하다.

 

2. 참신 = 기제사와 같다. 일동이 모두 두 번 절한다.

 

3. 헌주 = 술을 제주가 올린다. 기제사와 달리 제주가 직접 상 위에 잔에 바로 술을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4. 삽시정저 =떡국 혹은 송편에 수저, 시접에 젓가락을 정돈한다.

 

5. 시립 = 일동이 잠시 동안 공손히 서 있는다.

 

6. 사신 = 수저를 거둔다. 뚜껑이 있다면 덮는다. 일동이 2번 절한다. 지방과 축문을 불사르고, 신주를 썼다면 다시 모신다.

 

7. 철상, 음복 = 기제사와 같다. 상을 치우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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