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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책이 열어준 새로운 길

서양화가 이정웅 개인전 '영원한 생명의 詩' 오늘부터 우진문화공간

▲ 이정웅 作 '영원한 생명의 詩-대화'

2년 전까지만 해도 서양화가 이정웅(46·전주대 객원 교수)씨는 고심이 많았다. 중견 작가로 수많은 작품을 내놨으나, 스스로 만족을 못했다. 열심히 해도 주목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휩싸일 무렵 버려진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의 운명이 그것 같았기 때문이다.

 

꼬박 1년 간 작업실에서 두문불출했다. 제각기 다른 책의 단면을 잘라내고 긁어내 색을 입혔을 때 피어난 다양한 표정이 보였다. "아, 이거구나." 오랫동안 지켜봤던 문인화·화조화를 접목시켰다. 책의 단면을 붙여 종이죽으로 채운 뒤 아크릴·핸디코트를 섞어 덧칠하거나 색모래·접착제 등을 혼합했다. 그의 작업을 지켜본 박영택씨는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상, 화면을 손으로 더듬고 싶은 입체감 있는 화면 등에 큰 점수를 줬다.

 

오랜 스승인 서양화가 유휴열씨가 좌도 농악의 질펀한 가락에 심취해 '생 - 놀이'로 한국적 미의식에 천착해왔다면, 그가 내놓은 '영원한 생명의 詩'는 가로 세로로 책의 단면을 엇갈려 붙여 나무·풀·꽃 등으로 환생시킨 한국적 생명력에 주목했다. 그는 책의 결을 깎아내 새기는 일련의 작업이 "마치 사군자를 치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 결과 각종 아트페어, 개인전에서 그의 작품을 사가는 컬렉터들이 늘어갔다.

 

엇박자처럼 책의 잔해들을 붙여낸 '영원한 생명의 詩 - 산'은 지난 겨울 정읍 내장산 설경을 담아낸 100호 짜리 큰 작품. 총 27점 중 산을 소재로 한 작품만 일곱 점이 된다. 그는 "나의 작업이 화조화에서 산수화로 옮겨지는 과정"이라고 했다.

 

올해 가을에만 벌써 네 번째 전시. 빡빡한 '마라톤 일정' 속에서도 성과를 제대로 정리하고픈 작가적 욕심이 엿보인다. 인기 작가로 거듭난 비결에 대해 그러나 작가는 "오랜 시간 묵묵히 뒷바라지한 아내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 이정웅 개인전'영원한 생명의 詩' = 18~24일 전주우진문화공간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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