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까지 버릴것 없는 호박 산후 부기에 탁월한 효능…위장 약한 사람에게 좋아
서울 할매하고 고샅길부터 외치기 시작한다. 흰둥이 개만 반갑다고 짖어댄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아마도 지풍골 들깨밭에 가신 모양이다. 마당에 들깨를 털어 놓으신 도구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다. 처마 밑에는 벌써 곶감을 깎아 말려 놓았고, 늙은 호박도 덩어리를 따다 놓았다. 마당에 있는 작업 도구를 보면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곶감 깎을 감도 한바구니 따다 놓았고, 고추장아찌를 하실 모양이다. 연한 고추도 한바구니 따다 놓았다. 햇살이 잘 비치는 곳에는 토란도 말리고 있다. 서울 할매의 추수 모습에서 덩달아 나도 부자가 된 것 같아 행복해진다.
멀리 산동 할머니 모습이 보인다. 밭두렁에 늙은 호박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할매, 호박죽 끓여 먹으면 좋겠다" 했더니 "그럼 따 가"하신다. 그래서 오늘 오후 새참은 호박죽이다. 애호박이나 풋호박에 비해 성숙하다는 뜻으로 늙은 호박 혹은 숙과용 호박으로 불리는데 모양이 맷돌처럼 둥글납작하게 생겼다고 하여 맷돌호박이라고도 한다.
'본초강목'에 호박은 기운을 북돋아주고 이뇨작용과 부종에 좋다고 했다. 따라서 산후 부기 제거를 위해 늙은 호박을 고와 그 물을 산모에게 마시게 하고 있으며, 탁월한 이뇨작용은 콩팥의 기능 이상으로 전신이 부었을 때 부기 제거에 도움을 준다 . 또한,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고혈압과 당뇨병 치료에 도움을 주고 중풍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호박은 잘 익을수록 당질과 당분이 늘어나 단맛이 증가한다. 늙은 호박의 당질은 애호박의 두 배이며 늙은 호박의 당분은 소화 흡수가 잘 되어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회복기의 환자에게 좋다. 늙은 호박은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고 비타민 A와 비타민 B를 함유하고 있다.
늙은 호박은 '속부터 씨까지 버릴 것이 없다'고 했다. 특히 늙은 호박의 씨에는 두뇌 발달 효과가 있는 레시틴과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늙은 호박의 씨를 따로 모아 말렸다가 강정이나 식혜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고구마·팥·강낭콩·찹쌀 새알심 등을 넣어 호박범벅을 만들어 먹거나 나물, 찌개 등에 사용하거나 출산 후 부기를 빼기 위해 산모에게 호박꿀단지를 만들어 먹이기도 한다.
[만드는 방법]
△재료 = 호박, 돈부콩, 찹쌀가루 혹은 밀가루, 소금, 설탕
① 호박은 깨끗이 씻어 속을 파고 껍질을 벗겨 알맞게 썬다.
② 호박과 함께 돈부콩을 넣고 삶는다.
③ 호박이 삶아지면 주걱으로 으깨어 밀가루를 넣고 살살 젓는다. 알맞게 덩어리가 생긴다. (찹쌀가루를 넣을 경우 새알을 만들거나 가루를 넣어도 된다.)
④ 약한 불에 잘 저어가면서 끊인 뒤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춘다.
'하늘모퉁이' 발효식품 대표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