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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학을 지탱한 힘은 외로움" 익산출신 소설가 홍석영씨 '전주 백인의 자화상' 무대

▲ 지난 25일 전주문화재단이 완판본문화관에 마련한 '전주 백인의 자화상'에 초대된 원로 소설가 홍석영씨가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소설은 끊임없이 인생을 묻고 내면 속에서 싸우는 피흘리는 작업입니다."

 

익산 왕궁 출신의 원로 소설가 홍석영씨(82)는 삶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소설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뇌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왜 태어났느냐'고 자신은 물론, 외롭게 자라는 풀 한 포기에게까지 묻는다. 그의 문학을 지탱하는 힘은 바로'외로움'이었다. 4세때 어머니를, 8세때 아버지를 여읜 그는 실제 어려서부터 외로움을 천형처럼 앓고 살았다.

 

전주문화재단이 지난 25일 저녁 완판본문화관에 마련한 '전주 백인의 자화상'에 초대된 노 작가는 8순의 나이에도 제자와 가족, 문인 등 30여명의 지인들 앞에서 정연한 논리와 숫자 하나까지 기억하는 총기를 과시했다. 문학평론가 호병탁씨 사회로 진행된 이 자리에는 소설가 박범신씨를 비롯, 소재호·정군수·강상기·장재훈 시인, 화가인 이승호·박미서씨 등이 참석했다. 수필가 선산곡씨가 창으로 분위기를 돋웠다.

 

그의 문학 인생은 본명인 홍대표(洪大杓) 대신 석영(石影)이라는 이름을 필명으로 갖게 된 이야기로 시작됐다. '몸집은 작은 데 왜 이름은 크냐'는 등 놀림을 많이 받아 등단때 이름을 바꿨다. 월북 작가인 임화 시인의 '현해탄'를 읽으며 피가 끓었으며, 피끓는 마음을 놓아둔 채 돌은 될 수 없어 돌의 그림자가 되고자 '돌 그림자'(석영)로 자신이 작명했단다.

 

신석정·박용래·천상병 시인과 허세욱 박사와의 일화들이 그의 입을 통해 술술 풀어졌다. 특히 석정과는 사제관계가 아님에도 가까이 있으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 석정 선생이 전주상고 교사로 재직하던 어느날, 문단생활 40년만에 처음 인정을 받았다고 그래요. '당시 전주남중 2학년 학생이 선생에게 시를 잘 쓴다던데 시 한 번 봅시다'고 당돌하게 말하더란 거예요. 선생이 시를 보여줬더니 학생이 하는 말,'아닌 게 아니라 잘 쓰네'그러더라나요. 소탈하고 인간적이었던 석정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일화입니다."

 

정렬·이광웅 시인 등 좋은 작가들이 너무 일찍 세상을 뜬 것과, 이철균·박봉우 시인 등의 말년 불우한 삶에 가슴이 아팠다고 추억했다.

 

"일제시대 전북 출신 작가들의 문학은 있었지만, 전북에서의 문학활동은 거의 없었습니다. 해방후 석정 선생이 태백신문 편집위원으로 오면서 전북문단이 시작됐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후 백양촌 신근 선생이 전북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두 분이 전북문단의 중심 축이 됐습니다"

 

소재호 전 전북문인협회장은 "선생님은 전북문단의 지평을 연 1세대다"며, "고매하고 고결한 인품과, 제자가 담배를 피워도 용납할 만큼 훈훈한 마음을 가지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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