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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마트의 꼼수와 눈속임

▲ 조 지 훈

 

전주시의원

지난 10월 22일, 지식경제부는 홍석우 장관 주재로 대·중소 유통업계 간담회를 갖고 상생협력에 대해 합의했다고 자랑하는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홈플러스 회장과 롯데마트 사장 등 주요 참석자들은 회의 참석을 위해 임박한 해외일정까지 취소했다는 친절한 안내도 덧붙여 있었다. 혹시 재벌유통업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소송을 취하한다는 내용이라도 있는지 기대하고 살펴봤다.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11월15일까지 '유통산업발전협의체'를 구성하고, 이 협의체를 통해 대형유통업체는 출점자제와 자율휴무 등의 사항을 협의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전주시의회는 오랫동안 재벌마트들의 자율 휴무제 시행과 영업시간 단축을 간절하게 호소했다. 압박도 했다. 그러나 재벌마트들의 일관된 대답은 "법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였다. 결국 유일한 방법은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뿐이었다. 2010년 12월 전주 시내의 한 재벌마트 옆에 천막을 쳤다. 100여 일 동안 천막에서 동료의원 등과 숙식을 하면서 재벌마트들에게 '제발 함께 먹고 살자'고 통사정했다. 이를 계기로 전북도민 12만 여명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촉구 서명' 운동에 참여했다. 또 전북시군의회의장단협의회를 비롯한 전국의 기초의회가 공동행동에 나섰다. 2011년 12월 30일. 드디어 영업시간 단축과 의무휴일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됐다. 전주시의회는 곧바로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을 의무휴일로 하는 조례를 최초로 만들었고, 전국적으로 주말에 의무휴업이 이루어지도록 전국의 기초의회를 설득했다. 그 결과 올해 6월에는 전국 재벌마트 매장의 72%가 주말 의무 휴일제를 시행했다.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를 비롯한 골목상권에 바늘구멍만 한 숨통이 트이고 있었다.

 

그런데 재벌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영업시간단축과 의무 휴일제' 무효 소송을 진행하면서, 조례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으로 전국 시·군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재벌들이 입법 취지와 목적을 회피하는 소모적인 소송을 계속하는 속셈을 살펴보면 기가 막힌다. 재벌마트들은 전국 자치단체가 동시에 시행하는 '주말 의무 휴일제'를 흔들어 '자율 휴무제'라는 그럴싸한 영업 방식을 도입하는 작전을 펴고 있다. 자율 휴무제는 휴무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시도로 이마트가 월요일에 쉬면 홈플러스는 화요일에 쉬는 선택적 휴무를 의미한다. 말이 상생이지 독식 작전이다. 소비가 가장 많은 일요일을 의무휴일로 해야 영세 상인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고, 재벌마트들이 동시에 쉬어야 소비자들이 시장과 동네상점을 이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경부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 합의문은 영세상인들에게 겨우 트인 바늘구멍만 한 숨통을 다시 조이려는 재벌들의 작전이다. 재벌들은 개정된 법과 조례를 깔아뭉개고 자신들이 제기한 소송의 정당성을 획득하려는 술수를 부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재벌마트들은 이미 의무 휴일제 시행 전부터 과다 중복 경쟁에 따른 매장 축소를 검토하고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지식경제부가 합의했다고 발표한 재벌마트들의 '출점 자제 및 자율 휴무'는 사실상 꼼수다. 정경유착은 이처럼 교묘하게 진행된다.천막생활 시절 '같이 살자'는 하소연에 '법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무시하던 재벌마트들이 상생으로 포장한 합의를 갑작스럽게 들고 나온 배경에는 유통공룡들의 독식 전략과 눈속임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당장 소송을 취하해야 맞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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