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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 벗어던지고 싶었던 그 옷, 수능 끝나니 다시 입고파

개화기 때 도입…비평준화시절엔 부러움 대상…해군서 유래 세일러복 요즘은 정장 스타일 변화

이번 주, 아무리 다양하고 많은 이슈가 있다 하더라도 단연 최고는 '수학능력시험'일 것이다. 이미 오래된 기억이라 그 때의 긴장감도 설렘도 남아있지는 않지만 시험 때면 온 나라가 들썩이니 모르고 넘어갈 수도 없는 일. 수험생들에게야 12년의 학창시절의 끝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엄청난 순간이지만 말이다.

 

수능이 끝나고 나면 많은 것들이 변한다. 이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시원섭섭'.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헤어짐이 시원하면서도 아쉬운 그런 감정이다. 많은 것들이 그렇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교복'에 시원은 점점 섭섭이 되는 것 같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교복'은 억압의 또 다른 상징이다. 좀 더 관리하기 쉬운 체계이기에 강요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개성은 묻히고 똑같은 옷과 머리 모양으로 통일해야 한다.

 

실제적으로 교복은 단체생활을 원활히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긴 것. 다른 것(복장)에 관심 갖지 않고 공부에만 집중하게 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물론 교복을 입음으로써 소속감이나 유대감이 생기기도 하는데, 특히 요즘처럼 평준화가 아닌 시험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던 시절에는 특정 학교의 교복은 '국회의원 금배지' 처럼 신분의 표현이자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교복을 처음 입은 학교는 영국의 이튼 칼리지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 19세기 후반 제정된 관련법령에 따라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로 분류된 9개 학교 가운데 중 하나인데 현재는 영국을 대표하는 명문학교가 됐다. 당시의 교복은 재킷이 파란색 혹은 빨강색이었지만 1820년 조지 3세의 장례식을 계기로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재킷 속에는 조끼를 입고 넓은 흰색 칼라가 달린 셔츠를 입었는데 이 때문에 셔츠의 칼라 이름이 이튼칼라가 되기도 했다. 이튼 스쿨을 시작으로 유럽에서는 교복 문화가 시작됐고 유럽풍의 교육을 추종하는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가 이를 따라 현재에 이르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교복을 도입한 것은 개화기 때다. 미국인 선교사인 H.G.아펜젤러가 배재학당에서 1898년 당복(堂服)을 남학생에게 입힌 것이 시초로 보고 있다. 이 당시의 당복은 일본의 학생복과 매우 흡사한 모양이었다. 여학생 교복은 1886년(고종 23) 이화학당의 것으로 그 때의 일반 복장과 같은 한복의 치마, 저고리 였다. 양장 교복이 생긴 것은 1907년 숙명여학교에서 실시하면서 부터다.

 

현대처럼 학교장 재량에 따라 교복착용 여부가 결정된 것은 1986년. 여학생의 경우 해군의 군복서 유래한 일명 '세일러복'이라 불리던 일본식 교복 대신 정장풍의 옷들이 많아졌다.

 

물론 그 이전인 1983년에 개방정책의 일환으로 내려진 교복자율화는 두발·옷차림 등에 제한이 있어 완전 자유화는 아니었지만 찬반의 의견 속에 이뤄져 교복에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불과 10년 전만에도 지금처럼 몸에 꼭 맞는 재킷이나 무릎 위 치마 길이가 불가능 했으니 교복의 변화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셈.

 

사실 '유니폼'의 개념으로서 교복이 사용된 가장 첫 사례는 나폴레옹으로 보고 있다. 유사시 학생들을 군인으로 활용하기 위해 군사 훈련을 시키면서 통일된 교복을 입혔던 것.

 

우리나라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0년대에는 전투 태세를 갖춘 제복, 즉 통일된 옷을 작용하게 하기 위해 남학생은 국방색 교복을, '몸뻬'라는 작업복바지에 블라우스를 입었다.

 

단합의 수단으로, 관리의 수단으로만 생각했던 교복. 하지만 사회에 나와 보니 매일 옷 찾아 입는 것도 '에너지를 소비'하고 귀찮은 일이 됐고 때론 교복이 그립기도 하다. 복장의 자유를 찾게는 됐지만 이 또한 언젠간 생각나는 '무엇'이 될 거라고 교복의 선배로 감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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