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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은행 - 버릴 게 없는 자연이 준 보약

기침 등 호흡기 질환에 탁월 잎, 복통에 좋고 살충제 역할

남원 상신마을 일대 은행나무 잎들은 노랗게 물들면서 열매를 맺고 있다. 그와 함께 은행 껍질에서 풍기는 고약한 악취는 어쩔 수 없이 거리에 퍼진다. 은행나무는 보기에 좋을 뿐 아니라 먹을거리로서도 요긴한 나무임에 틀림없지만 냄새 때문에 가까이 하기에 먼 당신.

 

그래서 서울시가 가로수로 수놈 은행나무만 심기로 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안타까웠다. 가을에 암나무에 열리는 열매가 떨어지고 나면 도로가 지저분해지고 냄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종족 번식 본능을 눌러버린다는 게 개운하지 않아서다.

 

상신마을에서는 은행이 지금 한창 수확 중이다. 이곳에서는 은행 열매 특유의 구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서울 할머니는 "은행 열매는 익어야 냄새가 나는 거여. 도시에선 땅에 떨어진 은행이 짓밟혀 으깨지고 상처가 나면서 냄새가 더 나는 거지."라고 했다.

 

은행 열매는 과육, 씨앗, 씨핵 등 세 부분으로 나눠어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먹는 부분은 얇은 껍질에 싸인 씨핵이다. 씨핵이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은행열매다. 은행을 얻으려면 수확한 열매를 보름 쯤 놔둬야 한다. 열매가 곰삭으면서 과육을 벗기기에 쉬워지기때문이다. 과육을 제거하면 껍데기가 나오고, 이걸 깨면 얇고 누르스름한 속껍질에 싸인 작은 달걀 모양의 은행이 나온다. 은행 껍질에 있는 부틸산 성분은 장 속에서 발효되면서 나오는 성분과 같아 구린내가 난다. 그렇지만 은행 껍질을 잘 벗겨서 굽거나 기름에 튀겨 먹으면 그것만큼 고소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은행이 오래 전부터 사랑받은 건 고소한 맛이라기 보다는 효능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은행은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며 독성이 있다. 폐와 위의 탁한 기를 맑게 하고 숨찬 것과 기침을 멎게 한다.'고 기록 돼 있다. 이처럼 은행은 호흡기 질환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르신들이 많은 상신마을에서는 은행을 구워 먹는 일이 많다. 산동 할머니는 "은행을 먹으면 소변이 잘 안 마려. 근데 날로 먹으면 소변이 잘 나와. 참 신기허지?" 하셨다.

 

실제로 은행에는 독성물질이 있어서 날로 먹거나 너무 많이 먹으면 복통·구토·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산동 할머니는 "독성은 은행을 싸고 있는 속껍질에 대부분 있는 거지, 속껍질을 제거하고 익혀 먹으면 웬만큼 먹어도 문제 없다"고 했다.

 

아무래도 까놓은 은행이 편하지만, 아무래도 껍질 째 있는 은행이 더 오래 신선도를 유지한다. 다 먹은 우유팩에 피은행을 담아 전자레인지에 3분만 돌리면 알맹이만 쏙쏙 꺼내서 먹을 수 있을 정도다.

 

옛날부터 은근한 감칠맛과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 덕분에 은행은 신선로 등 고급 음식에 빠지지 않았다. 결혼 등 경사스러운 날이나 제사에 쓰는 음식으로도 애용돼 왔다. 은행을 부드러운 두부와 같이 먹으면 씹는 맛이 좋고, 여기에 '은행 밥'은 가을 감기 잡는 대표 영양밥이다. 한방에서는 은행잎차가 동맥경화증과 심장병, 복통, 설사 등에 약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은행나무는 공해도 잘 견디고 병도 안 걸린다. 은행나무 잎은 벌레도 새도 안 먹고 초식동물도 쳐다보지 않는다. 말린 은행 잎을 봉지에 담아 집안 구석구석에 두면 바퀴벌레도 없어진다고 한다. 은행 잎을 책갈피에 끼워두면 좀벌레가 덤벼들지 못한다는 얘기도 있다. 은행나무에 뭔가 해충이 싫어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 모양이다. 뭐 하나 버릴 게 없는 은행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만드는 법〉 은행열매 굽기

 

① 안 깐 은행을 우유팩 속에 넣는다.

 

② 팩을 오무려 놓고, 전자렌지에 넣는다.

 

③ 2분30초 정도 돌린다.

 

④ 펑펑 터진 은행열매는 꺼내서 먹으면 된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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