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으면 주는 게 삶의 기본이다. 선거판도 예외일 수 없다. 표심을 얻으면 약속한 공약은 이행해야 한다. 새만금사업은 그런 점에서 한갓 정치적인 놀이갯감으로 전락했다. 선거 때마다 지역의 최대 현안으로 제기하면서 어느 정권도 공약을 지켜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고서도 이번 대선에서 여야후보들은 새만금 개발을 한 목소리로 웅변하고 있다. 정치풍향의 변화를 기대하는 여당과 함께 야당의 단일화 정국이 열리면서 몸값이 솟고 있는 전북이 다시 공약진단의 시험대를 맞게 됐다. 선언적인 약속에 그쳤던 공약들을 생각하면서 지나온 시절을 돌아보아야 할 때다.
사업계획이 발표된 이후 새만금사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지 않은 대선 후보들은 없었다. 1987년12월 민정당 노태우 후보는 전주 코아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해안 지도를 바꾸게 될 새만금 방조제 축조사업을 최우선 사업으로 선정, 신명을 걸고 임기 내 완성하여 전북발전의 새 기원을 이룩하겠다”며 법석을 피웠지만 1991년에야 기공식을 치렀다. 민자당 김영삼 후보도 1992년10월 전주에서 열린 필승 결의대회에서 “임기 중에 전북의 지도를 바꿔놓겠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그의 재임기간에 전북의 지도는 바뀌지 않았다.
1997년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내부개발 특별법 제정 및 제4차 국토계획 반영을 통해 환황해권 생산·교역·물류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선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 사업을 지난 정권의 3대 부실사업의 하나로 지목하고 감사원 특별감사까지 받게 해 전북인들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도 2002년3월 익산 실내체육관 연설에서 “결정된 것은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새만금, 확실하게 밀겠다”며 유세장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임기 상당기간 소송에 휘말려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떠했는가. 한나라당 후보시절인 2007년12월 익산문화원의 기자간담회에서 “새만금을 중심으로 전북과 국가발전의 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밝히고 다음해 3월 헬기로 방조제를 순시하면서 “관광객이 오면 호텔서 자고 가야 하니 (방조제 공사를) 내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할 수 있는 곳부터 금년 안에 서둘러 하도록 약속하라”고 지시했지만 작년 3월에 종합개발계획이 확정되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4대강 사업이나 여수엑스포에는 짧은 기간에 막대한 예산을 쏟았지만 새만금에는 찔끔찔끔 투입했을 뿐이다.
이런 엉터리 공약으로 표를 호소했던 후보들의 사고방식은 유권자를 얕보는 행태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전북을 얼마나 하찮게 보았으면 그런 공약을 20년 넘게 반복해 왔을까. 그런데도 식상한 공약집을 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들이 재연되고 있는 게 걱정스럽다. 새만금사업은 국책사업이 아닌가. 이 사업은 정부가 책임지고 추진하도록 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국가차원의 비전이 새롭게 제시돼야 한다. 새만금이 더 이상 정치놀음의 희생사업이 될 수는 없다. 사업을 질질 끌어온 리더십에 대해 먼저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공약들이 공감을 주지 못한다.
그저 표를 받고 보자는 설익은 공약이라면 차라리 걷어치우는 게 낫다. 선명한 사업계획과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의 모습으로 유권자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낡은 청사진을 들이대서는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실천의지가 담긴 진정성만이 설득력을 가진다. 그간 5년의 선거마디가 몇 번씩 지나갔지만 아직도 많은 이가 과거 정치인들의 새만금 공약을 기억하고 있다. 후보들은 전북인의 기억력을 시험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도 어리석지 않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조차 못한다면 전북은 미래가 없는 지역이 될 것이다.
/총무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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