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20:41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기획 chevron_right NGO 시민기자가 뛴다
일반기사

영광핵발전소 사고 현장 실태 - 한수원, 품질 검증서 위조부품 사용 '쉬쉬'

가동 중단때마다 "안전에는 지장 없다" 말 되풀이…전북, 지형·기후특성 따라 전남보다 피해 더 클수도…도내 자치단체·주민들 사태 심각성 인식 대처해야

▲ 영광핵발전소 전경

영광핵발전소 3호, 5호, 6호기가 고장과 위조부품 사용으로 가동이 중단되었다. 3호기의 경우 제어봉의 안내관이 파열되는 핵발전소 건설이후 초유의 고장이고, 5호기와 6호기의 경우 품질검증서가 위조된 부품을 대규모로 사용한 탓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어 지난 5일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도대체 전라북도의 경계로부터 1.5㎞ 거리에 위치한 영광핵발전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현장을 취재했다.

 

△영광주민들 극도로 불안감

 

지난 5일 지식경제부는 '2003년부터 10년간 품질검증서가 위조된 60여건의 부품이 영광핵발전소 5호기와 6호기 등 5개의 발전소에 사용되었고, 위조한 부품을 납품한 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위조·사용된 부품 5233개 중 98.2%인 5137개가 영광 5호기와 6호기에 집중 사용됐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의 기자회견 내용이 발표되자 영광주민들과 전남·광주지역민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졌으며, 지역사회 분위기가 격앙되었다. 광주전남시민사회단체와 영광군의 주민들은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통해 "영광 5, 6호기 뿐만이 아니라 영광 1호기부터 6호기까지 전면 가동을 중단하라"거나 "영광핵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라" 등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오는 15일에는 영광주민 등 2000여명이 모여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난 9일 진보정의당 핵안전특별위원회(위원장 김제남 국회의원)가 영광군청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 지식경제부, 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한수원 영광원자력본부의 관계자를 모아놓고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현장에서는 진보정의당 심상정 국회의원 등 3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해 영광핵발전소의 납품비리 실태와 향후 대책에 대해서 보고를 받고, 문제점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날 현장조사에서 발표된 결과는 더욱 충격이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외부제보로 확인한 결과 위조부품이 5기의 원자력발전소에 사용됐음을 스스로 밝혔다. 그러나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26~30일 원자력기술원이 영광 5, 6호기에 대한 품질보증유효성 검사를 진행했으며, 이 결과 품질검증서가 구비되지 않은 부품이 534개 사용됐음을 확인하고 이를 한수원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위조된 품질검증서 조차도 없는, 전혀 품질을 확인할 수 없는 부품을 534개나 무더기로 납품받아 사용했다는 것은 영광원자력본부의 극에 달한 안전불감증과 조직적인 비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한수원과 지식경제부는 이미 올해 초부터 품질을 검증할 수 없는 부품이 핵발전소에서 사용되고 있음을 내부적으로 확인했음에도 이를 은폐하다가 외부제보가 들어오자 어쩔 수 없이 사건의 경위를 밝히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한수원과 지경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위조부품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사용된 부품이 퓨즈, 스위치, 다이오드 등 소모품이며, 모두 원자로 격납건물 외부에 있는 보조설비에 사용돼 원전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김제남 국회의원의 이헌석 보좌관은 "올초 영광 5, 6호기에 사용이 확인된 534개의 부품은 발전소 제어계통에 사용된 것으로 고장 시 발전소가 불시에 정지할 수도 있는 중요한 부품이다"라고 밝혔다. 핵발전소가 고장이 나고 가동중지 될 때마다 정부가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안전에는 지장이 없다'는 말이 거짓으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영광핵발전소 5호기와 6호기는 2002년 건설된 이후 사고가 가장 빈발하고 있다. 5호기의 경우 10년 사이 18번이나 고장이 났으며, 6호기의 경우 9번이나 고장이 났다. 이러한 잦은 고장은 지은 지 30년이 넘는 고리원전 1호기 13건 보다 잦은 것으로 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영광주민들은 이처럼 빈발하는 사고와 이번에 밝혀진 위조부품의 사용이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 대한 불신과 핵발전소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작 전북은 '강건너 불구경'

 

영광핵발전소를 방문하고 도경계를 넘어 고창군으로 들어서는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여론이 들끊고 있는 전남과 영광에 비해 관련 현수막하나 붙어있지 않고 조용했다. '영광핵발전소 안전성확보를 위한 군민행동'의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김제남 국회의원의 김용국보좌관은 "전북은 전남에 비해 핵발전소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수 있다. 지형적인 요인과 풍향 등 기후특성을 볼 때 피해가 고창, 부안, 정읍 등의 방향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라북도의 자치단체는 물론 주민들도 영광핵발전소의 문제를 남의 일로 생각한다"며 안타까움을 밝혔다.

 

실제로 이러한 전라북도 지자체와 주민들의 무관심속에 그 피해와 차별은 전라북도로 집중되고 있다. 영광핵발전소 온배수로 인한 어장의 황폐화는 전라북도로 집중되고 있으며, 원전에 대한 민간환경감시기구의 구성원도 전체 25명 중 고창군에 배정된 인원은 2명에 불과하다. 민간환경감시기구는 발전소로부터 5㎞ 반경내의 주민들로 구성되며, 고창군 경계로 부터 1,5㎞ 거리에 영광발전소가 위치해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영광핵발전소 위조부품 실태에 대한 정부의 '민관합동조사단'에도 고창군은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지역의 무관심 속에 '핵없는 세상을 위한 전북준비모임'이 오는 16일 '영광원자력발전소 긴급진단 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영광핵발전소가 전라북도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관심이 주목된다.

 

한승우 NGO시민기자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기획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