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 종교 의식에 사용…서양, 악취 제거가 목적…현대엔 가벼운 선물로 꾸준히 사랑받는 상품
우리나라 한 대기업이 향수 전문 브랜드를 론칭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딱히 인기 없는 것 같은 향수지만 가벼운 선물용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아이템이긴 하다. 화장품 회사에서도 향수를 만들고 의류 브랜드, 생필품 브랜드 모두 향수를 판매하는 걸 보면 기본적인 제품이자 '돈이 되는' 물건임은 틀림없다.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앉아 향수 뿌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분명 향수는 외국의 문화의 산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향수 문화도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전 시작됐다는 사실. 신라 김유신 장군은 향불을 피워 하늘에 맹세한 뒤에 무술연마를 했고 눌지왕은 공주의 질병을 향으로 치료한 했다고 하는데 이 모든 게 향수의 시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라인들은 향료를 주머니에 넣어 갖고 다녔는데 지금 보다 더 예의 바른(?)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또 고려시대는 해외교역이 활발했는데 이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향이 수입된 기록과 진나라와 송나라에 향유를 수출한 기록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이 고려의 향 제조기술이 뛰어났음을 증명하는 자료다. 하지만 중국에 예물로 보낼 만큼 제조기술이 우수했으나 알코올에 용해시키는 기술만은 서양보다 뒤떨어졌다고 한다. 어째든 이 당시 있었던 애향(愛香)관습은 거의 그대로 이어져 향낭을 차거나 부부침실에 사향을 두는 것이 조선시대까지 일반적으로 이뤄졌다.
사실, 향수의 기원은 우리가 삼국시대 종교적 의식에 사용했던 것처럼 약 5000년 전부터 종교적인 의미로 사용해 왔다. 영어 단어로 'perfume'인 것도 어원인 라틴어 'per fumum'에서 온 것으로 '연기를 통한다'는 의미. 이름만으로도 향수가 신과 인간의 교감을 위해 사용한 된 것은 틀림없다.
이렇게 오래전부터 사용됐음에도 현대의 액체 형태의 향수가 생기게 된 것은 1370년대에 들어서다. 헝가리의 왕비인 엘리자베스를 위해 만든 최초의 알코올 향수로 이름은 '헝가리워터'로 불렸는데 이 향수로 엘리자베스 왕비는 70세가 넘은 나이에 폴란드 왕으로부터 구혼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서양에서 향수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가죽 때문. 17세기 프랑스의 루이 14세 시대부터 많이 쓰인 피혁제품에서는 특유의 악취가 났는데 이를 없애기 위해 향수를 이용했던 것이다. 당시 귀족들이 요란한 머리스타일을 하고 며칠 동안 머리를 감을 수 없자 이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수를 이용했다는 설도 있다.
의미를 두고 향수를 사용한 우리와 다른 냄새를 가리기 위해 향수를 쓴 서양의 역사 때문인지 현대의 향수 모습은 꽤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화장품 냄새를 포함해 진한 향이 나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서양은 그렇지 않은 것. 과거 조선시대 사향을 겹겹이 싸서 몸속에 지닌 선조들과 가죽 냄새를 가리기 위해 뿌렸던 향수의 차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TIP - 아무리 현대 향수 산업이 발전 했다고 해도 관리는 제대로 해야 한다. 잘 보관하지 않으면 향기가 날아가고 색이 변색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향수는 온도에도 영향을 받는데 보통 15℃ 정도가 적당하고 사용 후에는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잘 막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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